최근 추락사고가 의심되는 환자에 대하여, 여러 응급의료기관을 전전하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환자는 추락사고후 119구급대를 통하여 지역내 병원들로 이송되었지만 '관련 의료진 부재', '병상 부족'등의 사유로 해당 환자가 수용되지 못하였고, 결국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구급차내에서 사망하였다고 한다.
이에 관하여 시민사회나 정치권에서는 해당 환자를 적시에 수용하여 진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경찰이 나서서 관련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하여 행정조사 및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이라 함)에 따라 응급의료기관등에 근무하는 의사 등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를 항상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업무에 성실히 종사하여야 하고,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하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중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법률 규정에 근거하여 관련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해당 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위법하게 거부 또는 지연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와 경찰이 행정조사 및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에 대하여 다른 환자보다 우선하여 상담, 구조 및 응급처치를 하고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응급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 의학적 판단에 따라 더 위급한 환자부터 응급의료를 실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응급환자가 아닌 사람을 응급실이 아닌 의료시설에 진료를 의뢰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으며,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 응급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환자를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한다.
이처럼 정당한 응급의료 제공 지연 및 이송 사유가 있을 경우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제공 지연이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응급실에 내원한 남성 환자에 대하여 내원 당시 응급실 병상 과밀화가 있었고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이었던 사정으로 인하여 다른 응급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응급의료가 시행되어 응급의료 제공이 지연된 사건에서 응급의학과 의료진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사례와 응급실에 내원한 여성 환자에 대하여 해당 의료기관에서 전문진료의사가 부재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좀더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한 사건에서 응급실 당직의사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
물론 해당 의료기관들이 응급병상 수용이나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함에도 이를 거부하였다면 응급의료법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여 마땅히 법적 불이익이 주어야 할 것이지만, 해당 의료기관들이 실제로 '응급병상 부족', '관련 전문의료진 부재', '다른 환자 처치'등의 사유로 해당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었다거나, 오히려 다른 의료기관에서 응급의료를 받게 하는 것이 해당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해당 의료기관 내원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생체 징후 등이 안정되어 있어 긴급한 응급처치가 당장 요구되지 않아 이송이 가능하였다고 한다면, 단지 해당 의료기관에서 직접 입원을 시키지 않았다거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 등 법적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비록 환자가 사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응급의료 제공과 관련하여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법적 책임 문제는 살펴보아야 할 것이 상당히 많으므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법적 책임 소재는 매우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