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였는지 다툼이 된 사건이다. 원고1은 A병원에 내원할 당시 11세 7개월로 미성년인 환자였다. 원고2는 원고1의 어머니다. A병원은 피고가 되었다.
원고1은 모야모야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환자의 어머니 원고2가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모야모야병 치료를 위한 간접 우회로 조성술 시행 전 검사로서 뇌혈관 조영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원고1은 피고 병원에 입원하고 다음 날 조영술을 받았다. 이후 간헐적으로 입술이 실룩거리는 경련 증상을 보였다. 뇌 MRI 촬영검사가 진행됐다. 좌측 중대뇌동맥에 급성 뇌경색 소견이 보였다.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다. 12일 후 간접 우회로 조성술을 받았다. 일주일 뒤 피고 병원을 퇴원하였으나 후유장애가 생겼다.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 및 언어기능 저하가 남았다.
원고들은 피고 A병원의 조영술 시행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했다. 제1심부터 대법원까지 조영술 시행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설명의무 위반 여부였다.
제1심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조영술 전날 원고2에게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았다. 조영술의 필요성, 방법과 내용, 조영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서 혈관 혈전, 색전으로 인한 뇌경색의 발생 가능성과 위험성 등이 기재된 시술동의서를 제시하면서 설명한 사실을 인정했다. 원고2가 원고 1의 대리인 또는 보호자로서 직접 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을 토대로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보았다.
서울고등법원은 달랐다. 조영술을 담당했던 피고 병원의 소아신경외과 주치의가 당시 12세인 원고1에게 조영술을 시행하는 이유와 그로 인해 뇌경색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하여 직접 설명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진료기록상 기재를 찾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시술동의서의 'Ⅰ. 진단에 관한 설명' 항목 중 '상기 환자에서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하는 이유:'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으나, 그 옆의 기재 부분이 공란으로 되어 있는 점에 착안했다. 모야모야병의 수술적 치료에 앞서 대뇌혈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CT 조영검사'나 'MR 혈관술'이 아닌 조영술을 시행하는 상황에서, 시술을 담당하는 주치의는 시술과정이나 시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뇌경색 등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아와 보호자가 진지하게 시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고등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보았다. 원고1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2000만원을 피고 병원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다시 파기했다. 대법원도, 의사는 원칙적으로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서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설령 환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자신의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하였다면, 그러한 설명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전달됨으로써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3. 3. 9. 선고 2020다218925 판결).
대법원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는 언제나 의사가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미성년자와 유대관계가 있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설명이 전달되어 수용하게 하는 편이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서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 한하여 미성년인 환자에게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직접 미성년자에게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하고 승낙을 받을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으로는 어떤 사례를 상정할 수 있을까.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의료행위 결정과 시행에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미성년자인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이는 경우도 예로 들었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의사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만으로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게 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심리하지 않고 원고1에게 직접 설명했다는 사정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미성년인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데에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
만일 환송심에서 특별한 사정, 원고1이 조영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였다는 등의 사정이 밝혀지지 않는 한,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