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전문의약품 아산화질소 마취법 국내외 학회 공개 강의 '충격'
아산화질소 오남용 사고 빈발 '환각물질' 지정…의료용 외 사용 금지
① 한의사, 전문의약품 아산화질소 마취법 국내외 학회 공개 강의 '충격'
② 마취통증의학회 "전문약 마취, 한방 원리 무관…오용 땐 치명적 부작용"
③ 대법원 "한의사 전문약 사용 면허 외 의료행위"…혈액·소변 검사도 불법
한의사, 전문의약품 아산화질소 마취 공개 강의 '충격'
전문의약품을 처방·조제할 수 없는 한의사가 의과 전신마취제의 일종인 '의료용 아산화질소(Medical Nitrous Oxidenitrous, N2O)'를 이용한 마취행위를 국내는 물론 외국 한의계 학술대회에서 강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의사인 A한방병원장은 2023년 3월 12일 대만에서 열린 제93회 국의절·15회 타이페이 국제 중의약학술대회에서 "저희 (한방)병원에서는 매선 등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 아산화질소 마취를 하여 무통시술을 하고 있다"고 공개, 무면허 의료행위를 스스로 인정했다.
A한방병원장은 (아산화질소를)'한의사가 사용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밝혀 진위 여부를 놓고 공방을 예고했다.
A한방병원장은 당시 국제 학술대회에서 '아산화질소를 이용한 무통시술' 강의를 통해 " 21게이지 정도 되는 코그 매선 같은 경우에는 환자들이 일반적인 마취연고 만으로는 통증을 참기 힘들다. 아산화질소는 매선 등 일반적인 마취연고만으로는 통증 제어가 힘들 때 사용하면 좋다"고 아산화질소 마취법을 소개했다.
1년 정도 자신이 직접 아산화질소 마취 시술과 산소포화도 측정, 마취연고 사용 등 불법적으로 의과 의료행위를 한 점도 인정했다.
A한방병원장은 당시 자신이 직접 아산화질소 마취를 한뒤 매선치료를 하는 동영상 강의를 보여주며 "(아산화질소 마취)기계만 들어갈 공간이 있으면 아무 데서나 시술이 가능하다. 간편하게 시술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제가 1년 정도 시술했는 데 부작용을 겪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아산화질소 마취는 안전을 위해 산소포화도와 호흡, 맥박을 체크하면서 한다"고 설명했다.
대만 중의학계에 면허 외 의료행위인 아산화질소 마취제 사용을 권유하기도 했다.
A한방병원장은 "현재는 대만에서 (아산화질소 마취제를)사용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후에 좀 더 사용할 수 있으면 의료영역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만에서도 통증이 좀 심한 시술을 할 경우에 사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불법 마취행위를 권유했다.
'매선에 관해 배우고 싶은 한국 의사들이 한의계 강의를 몰래 듣고 배웠다'는 식의 의사 폄하 발언도 곁들였다.
"처음에는 한국의 양방 의사들이 매선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한의사들이 하는 강의에 몰래 들어와서 듣고 배웠다"고 언급한 A한방병원장은 "통증에 대한 제어가 문제가 되다보니까 지금은 오히려 시장이 한의사에 비해 10∼20배 정도 양방이 더 많다"고 부연했다.
A한방병원장은 대만 중의약 학술대회에 앞서 2022년 12월 11일 열린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수도권역'에서 자신의 한방병원에서 아산화질소를 이용한 마취방법과 매선요법 및 침도치료 활용법을 설명하는 라이브 강연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산화질소 사고 잇따라 '환각물질' 지정…의료용 외 사용 금지
일명 '웃음가스(해피벌룬)'로 알려진 아산화질소는 흡입 시 진통과 환각 효과로 인해 암암리에 파티나 클럽에서 불법적으로 오남용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아산화질소의 가장 큰 부작용은 단시간에 과용하면 체내 산소 농도가 떨어져 저산소증·호흡 곤란·기억상실증 등으로 인한 2차적 외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2006∼2012년 사이 17명이 아산화질소 흡입으로 사망하자 2016년 5월부터 의료품과 식품이 아닌 오락 용도로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도 2017년부터 의료용은 제외하고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매년 아산화질소 중독으로 인한 자동차 사고가 100건 이상 보고되자 2023년부터 아산화질소의 오락적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다.
유럽 마약·마약중독감시센터(European Monitoring Centre for Drugs and Drug Addiction, EMCDDA)는 아산화질소는 영국에서 16∼24세 사이 젊은 층이 대마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중독성 물질이라고 보고했다.
국내에서도 아산화질소 오남용과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자 환경부는 2017년 7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 아산화질소를 환각물질로 지정했다. '의료용 아산화질소'를 제외하고, 일반 아산화질소 제조·유통은 물론 흡입·소지·판매 행위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 고시'를 개정, 2021년 1월 1일부터 아산화질소를 소형용기(카트리지)에 넣어서 판매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2.5ℓ 이상의 고압금속제용기 충전·유통만 허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아산화질소를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관리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전신마취제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 교육과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합병증 처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한의사가 불법으로 '의료용 아산화질소'를 이용해 마취하고, 시술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아산화질소는 환각성과 중독 가능성이 있어 의료용 외에 일반에서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마취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가 '사용 경험'을 앞세워 한방 원리와 관련이 없는 가스 마취제를 투여하고, 안전한 마취라고 주장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의료용 아산화질소는 기도관리와 응급처치 능력이 있는 의사나 치과의사가 사용하지 않으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전근대적인 근거와 방법론에 천착해 있는 한의학이 진단을 넘어 마취와 치료까지 침범하고 있다"면서 "면허 범위를 넘어선 한의사의 마취행위는 오진과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해악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