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 신중해야 한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신중해야 한다

  • 박상준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부의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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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총회, 의대 신설·공공의대 설립 반대 의결
협상 앞서 총의 모아야...충분한 내부 검토 필요

박상준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 ⓒ의협신문
박상준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 ⓒ의협신문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논의하자는 구체적인 제안이 있었으나,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과 코로나19 안정화 등의 이유로 논의 자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25년 의대 정원 확정을 이유로 의협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은 의협과 회원에 있어 매우 민감한 현안인 동시에 정부의 의료인력 수급정책 수립에서 중요한 문제다. 

현재와 같이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하는 가운데 정부는 국가적으로 필요한 의사 인력을 신중하게 예측하고, 이에 근거해 의사 수를 축소 혹은 증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단순하게 필수의료에 참여하는 의사 수 부족이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해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해도 과연 늘어난 의사가 정부 의도대로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제도적 의료인력 재배치 방안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배치에 실패하면, 향후 국가 의사 수급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의료의 질적 저하를 유도해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말미암은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의사 수 확대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검증한 다음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제안해야 한다. 

의대 정원이 동결된 것은 정부가 2000년 의약분업의 시행에 따른 조건으로 의대 정원을 10% 감축하겠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다.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를 통해 2004∼2007년까지 정원과 정원 외 편입학 정원 등 총 351명의 의대 정원을 줄였다. 2007년 이후 의대 정원은 현재까지 3058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늘리기 정책을 추진하다 회원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고, 코로나19라는 국가적인 감염병 재난으로 정부와 의협이 의·정 합의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의협도 내부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직역별 입장이 미세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고, 해법도 다르다. 따라서 정부와의 협상이나 논의에 앞서 내부적인 의견을 사전에 조정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집행부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나서는 것이 의·정 합의서에 따른 절차라 해도 정부와의 의대 정원 증원 협상은 분명 다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의약분업 사태 이후 대의원총회는 지속해서 의대 정원 감축 요구,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신설 반대를 의결했다. 따라서 현재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의협의 공식적인 입장은 반대다.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의대 정원 증원 반대에 대한 공식 입장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집행부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의료현안협의체가 시·도의사회장단회의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의 다양한 의견을 협상 동의로 오인하거나 지지로 착각해 정부와 협상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논의와 협상은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다.

대의원 운영위원회에서 밝혔지만, 의료현안협의체가 정부와의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기 전에 대의원총회 의결 변경에 대한 절차적인 과정 없이는 회원의 동의와 협상을 위임받기 어렵다. 회원의 동의 없는 정책 참여나 협상은 분열과 혼란을 넘어 의사협회의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집행부는 논의를 지속하더라도 협상을 개시하기 전에 총의를 모으는 과정을 반드시 거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 해도 회원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내부적으로 정책에 대해 충분하게 검토해 과거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결의를 확인하고, 수용 가능성 여부를 논의해 단일안을 만들어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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