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A는 H 호스피스 의료기관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의료인이다. 피고인 B, C, D, E, F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다. 재단법인 G는 H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A부터 G까지 모두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범죄 혐의는 사망진단서 발급과 연관되어 있다. A는 외래진료 내지 퇴근으로 H병원에 부재중이곤 했다.
이 때 입원환자가 사망하면 간호사로 하여금 검안하여 A명의로 사망진단서를 발급토록 했다. 간호사가 의사 명의로 대신 작성한 사망진단서를 유족들에게 교부했다.
이로써 A는 간호사들이 자신의 의료면허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하도록 교사한 죄로 기소되었다. 간호사 B 내지 F는 간호사에게 부여된 의료면허 밖의 의료행위를 한 점, 즉 의사가 아니면서 검안서를 작성하여 유족들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았다.
피고인들은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발급하는 행위는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의료행위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발급한 행위는 그에 속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조항이다. 이 대목에서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조항을 따로 두고 있지는 않아 종종 다툼이 되곤 한다.
제1심 법원은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행위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의학적 전문적 지식을 기초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 또는 이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의료행위로서, 의학상의 기능과 지식을 가진 의료인이 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일체의 행위"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계속 진료를 받던 환자가 사망한 경우, 그 사망을 정의 내리고 이후 더 치료가 필요한지, 생명유지장치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결정하고, 사망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은 반드시 의사 면허 소지자가 해야 하는 일로서, 검안 및 사망원인 등의 확인행위는 생명이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이므로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는 의료행위라고 보았다.
다만, 제1심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의정부지방법원 2016. 11. 23. 선고 2016고단1196 판결).
제1심 법원은 H병원이 말기 암환자들에게 호스피스 완화치료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H의원에 입원하여 진료를 받는 호스피스 환자들은 일반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와 달리 죽음을 앞둔, 죽음이 예정된 환자들로서 이 사건 의원에 입원하여 평균 3주를 넘기지 못하여 죽음을 맞는 사망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환자가 사망할 경우 원활한 장례절차를 위하여 검안 및 사망진단서를 신속하게 발급하는 것이 환자와 유족들을 위하여 필요한 절차라는 점도 언급했다. 피고인들이 환자와 유족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대가 없이 검안과 사망진단서 발급했다는 사정도 참작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봉사의 개념으로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도 들어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수단 및 생각 등 제반사정에 비춰보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제2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했다(의정부지방법원 2017. 6. 13. 선고 2016노3436 판결). 의료법과 같은 법령에서 의사가 사망진단서나 검안서에 환자의 '사망 일시와 장소', '사망의 원인' 및 '종류'를 스스로 작성하도록 정하고 있는 취지는, 검안과 사망진단 역시 의사 등의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에 밀접하고 중대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H의원이 호스피스 병원이라는 특성, 유가족들의 장례절차상 편익을 고려하더라도,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위해를 막기 위한 보건상 이익보다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7도10007 판결). 대법원은 사망의 진단은 의사가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라고 보았다.
간호사는 의사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사인 피고인 A가 간호사인 피고인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하더라도, 간호사들이 A가 입회하지 않은 채 '환자의 사망의 징후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유족들에게 사망진단서 등을 작성·발급한 행위'는 사망을 진단하는 행위, 즉 사체검안을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포괄하여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나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잣대도 더 분명히 제시했다.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어떠한 시술행위가 무면허로 행하여졌을 때에는 그 시술행위의 위험성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시술자의 시술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 사건의 경우 그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