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14일 선고…"초음파기기 사용 의료법 위반 아니다" 판단
"보조적 수단 사용...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단정 못해" 대법원 결정 인용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진료를 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파기환송심 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22일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P한의사에게 의료법 위반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법원은 14일 P한의사의 의료법 위반죄를 다시 심리한 결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과 마찬가지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 조사 결과, S대학병원에서 자궁내막증식증 진단을 받은 C환자는 OO한의원이 낸 자궁난소 치료 전문병원이라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P한의사를 찾았다.
P한의사는 2010년 3월 2일부터 2012년 6월 18일까지 총 68회에 걸쳐 C환자에게 초음파 기기로 진단하면서 침 치료와 한약을 처방했다.
C씨는 2년이 넘도록 P한의사의 한방 치료에 매달렸으나 진전이 없자 산부인과병원을 찾았다.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발견,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C씨는 B종합병원에서 실시한 조직검사에서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검찰은 P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진료행위를 한 것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1심, 2심 재판부는 한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는 "초음파는 2등급 의료기기로 사용 자체는 위험성이 크지 않지만,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인체의 정확한 구조·병변을 확인하고, 어떤 이상이 있거나 의심이 들 경우 검사자가 즉각적으로 결정해 추가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면서 정확히 판독하지 않으면 진단과 치료 방법에 오류가 생겨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기초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풍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면서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은 면허 외 의료행위라고 판단, 의료법 위반죄를 적용해 P한의사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P한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도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해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정된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초음파 진단기나 기복기의 사용은 한의학의 고유 영역과 무관하고, 한의학적 의료 질 향상과는 관련이 없는 반면에 진료영역 확대를 위해 이와 같은 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국민 보건의료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므로 관련 의료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허용할 수 없다"면서 P한의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는 것은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해당한다고 반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과거 헌법재판소는 수 차례에 걸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지만,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고, 한의과대학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 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 강화돼 왔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사에게 진단 보조도구로서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제1조에서 정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 및 제작된 것이므로, 그 과학기술의 원리와 성과를 한의사가 아닌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한의사가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면서 동시에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해 한의사가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판결을 의료법에 규정된 이원적 의료체계를 부정하는 취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서 곧바로 한의원의 초음파 검사료가 국민건강보험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도 아니다"라며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국가의 보건의료정책 및 재정의 영역으로, 그 진료방법이 의료법 위반인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분명히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 의료계가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강력 규탄했다.
또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초음파 판결의 부당성을 규탄하며 지난해 12월 27일부터 대법원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대법에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 7월 31일 이필수 의협회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방문해 탄원서(1만 229명 회원 동참)를 제출하고, 신중한 검토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의료계의 강한 반발도 파기환송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
파기환송심 법원은 수 차례 공판을 진행하면서, 검사 측이 요청한 증인 등에 심문을 진행했다. 검사 측이 요청한 증인 중 당시 피해 환자를 직접 진료했던 L교수는 "제대로 된 의료인이라면 환자의 초음파 사진에 나타난 병변을 보고 암을 의심했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검사 측의 주장에도 파기환송심 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