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지 않은 조개·굴, 말린 과일, 멧돼지 혈액·담즙 섭취하다 감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광현·정숙향 교수팀 [Scientific Reports] 발표
12개 병원 428명 환자 다기관 코호트 연구…급성 간염 예방 위해 백신 접종 권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은 '급성 A형 간염'인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광현·정숙향 교수 연구팀은 '2020∼2021년 동안 한국의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병인 및 임상적 특성: 전향적 다기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발표했다.
급성 바이러스 간염은 A∼E형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간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 2017년 기준 세계적으로 3억 4천만 명의 환자가 발생, 100만명 가량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감염되면 잠복기를 거쳐 발열·구토·복통·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환자는 치료를 통해 회복되지만 만성 간 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할 경우 드물게 간 기능을 상실하는 간부전이 나타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 간염의 병인 및 임상적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2020∼2021년까지 국내 12개 대학병원에서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 데이터를 수집했다. 428명 급성 간염 환자 데이터 중 37.4%(160명)가 '급성 바이러스 간염'으로 진단됐다.
급성 바이러스 간염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급성 A형 간염 바이러스가 78.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급성 E형 간염 바이러스(7.5%), 엡스테인-바 바이러스(6.9%), 급성 B형 간염바이러스(3.1%), 급성 C형 간염 바이러스(1.9%), 거대세포바이러스(1.2%), 헤르페스-심플렉스 바이러스(0.6%) 등으로 조사됐다.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AVH) 환자 192명 중 A형 간염 바이러스(HAV)가 가장 흔한 원인(77.2%)이었고, E형 간염 바이러스(HEV) 10.5%, B형 간염 바이러스(HBV) 3.1%, C형 간염 바이러스(HCV) 1.9%가 그 뒤를 이었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5.6%, 거대세포바이러스(CMV) 1.2%, 단순 포진 바이러스(HSV) 0.6%를 차지했다.
그림. 2020~2021년 국내 급성 바이러스 간염의 원인 분포 그래프.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 중 입원 치료한 환자 비율은 86.7%, 투석치료를 받은 환자 비율은 3.2%,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비율은 0.6%로 파악됐다. 1.3%의 환자는 간부전을 보였지만 간이식을 받거나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
A형 간염 환자의 40.5%는 익히지 않은 조개 및 굴을, E형 간염 환자의 27.8%는 말린 과일을, 11.1%는 맷돼지의 혈액 및 담즙을 섭취한 것으로 보고됐다.
의학계는 간염 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행동으로 문신·피어싱·약물 주입을 위한 주사 바늘 공유 ·다수의 상대와 성교하기 등을 꼽았다. 이번 연구에서도 B형 간염 바이러스 환자 5명 중 1명이 정형외과 시술을, 다른 한 명은 치과 임플란트 시술과 침술을, 또 다른 1명은 문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A형 및 E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감염될 수 있어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높은 온도에 가열해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하며, 생고기·육가공식품·조개류 등의 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A형 간염은 백신이 있어 만성 간 질환자는 예방 접종이 필수적이다. 항체가 없는 20∼40대도 접종이 권장된다. 다만 E형 간염은 아직 백신이 없으므로 손 씻기·음식 익혀 먹기·물 끓여 마시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통해 예방해야 한다.
최광현 교수는 "급성 바이러스 간염 중 국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급성 A형 간염에 대해서는 항체 형성률이 낮은 20대에서 40대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그 뒤를 잇는 급성 E형 간염에 대해서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의료인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낮아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신저자인 정숙향 교수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므로 급성 간염의 발생률에도 언제든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