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일 철야농성·4일의 단식투쟁 '간호법 비대위원장' 활동 자산으로
구의사회 반장부터 서울시의사회장까지, 25년 회무 경험 '자신감'
"투쟁도 협상도 오직 회원을 위해...제대로 된 의협 위해 함께하자"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이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 후보는 지난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이끌었던 간호법 저지 비대위원장 경험을 언급하며 "이겨본 장수는 이기는 방법을 안다. 오직 회원을 위해, 이기는 의협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1일 서울시의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명하 후보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뒤늦게 의업에 뜻을 두고 한양의대에 진학해 동료들보다 늦은 졸업장을 받았으나, 개원의로 일하는 바쁜 일상에서도 누구보다 의사회 활동에 진심이었다.
2000년 강서구의사회 반모임 반장으로 의사회 활동에 입문, 강서구의사회에서 상임이사·부회장·회장을 지냈고 이후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의무부회장·총무부회장을 거쳐 2021년부터 서울시의사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진료과 대표로 일반과의사회장을 지낸 이력도 있다.
의사회 회무 경험으로 치자면 그야말로 FM, 정석의 길이다. 박 후보 또한 이를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준비된 의협 회장이라는 자신감이 허언이 아닌 이유다.
박 후보는 "반모임 반장부터 시작해 지역과 직역의사회를 두루 거친 경험을 토대로 회원들의 민심을 이해하고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심없이 성과도 내왔다"며 "지금 의협에는, 시행착오 없는 의협회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한 해 의료계를 들썩이게 했던 간호법 사태 당시, 의협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일은 그에게 자신의 능력을 검증할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범의료계가 한데 뭉쳐 저항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이끌어 낸, 의료계에 값진 승리의 경험이다. 박 후보는 이 과정에서 65일 간 의협회관과 국회의사당을 오가며 간이천막 하나에 의지해 철야농성을 했고,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는 4일간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의대정원 증원 등 산적한 의료현안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를 이끌어 갈 리더를 자임하고 나선 것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 의료를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박 후보는 "의대정원 증원 추진과 필수의료패키지 발표 과정까지, 정부의 의료계 패싱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살얼음판 같은 정국속에서 몸과 마음을 오로지 간호법 저지를 위해 집중했다. 전장에서 이겨본 장수는 이기는 방법을 안다. 이기는 의협을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의대증원 계획이 발표된다면 회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것"이라고 본 박 후보는 "회원들의 분노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조속히 마련하고 대표자부터 앞장서서 나아가겠다. 일단 서울시의사회 단독으로라도 회원들과 함께 강력 대응할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 다른 시도들과도 연대해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신뢰받고 존중받는 전문가단체로의 위상 강화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 ▲악법 저지 투쟁을 위한 조직 강화 ▲의료정책을 주도하는 의협 ▲의협 내부 화합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중간평가제 도입으로, 임기 중 성과평가를 받겠다고도 밝혔다.
박명하 후보는 "지금까지 사심없이 올바른 진료환경 조성과 정의로운 의권 회복을 위해 묵묵히 걸어왔다. 의협 회장으로 일하다 악법에 저촉되어 개인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영광으로 생각하겠다. 의협 회장 자리를 정치입문의 길로 이용하지 않으며, 재선을 위한 내부정치에 몰입하지 않고 중간평가를 받겠다. 행동하는 회장, 성과를 내는 회장이 되겠다. 제대로 된 의협을 위해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차기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는 박명하 후보가 네번째다.
주수호 전 의협회장(미래의료포럼 대표)이 지난해 8월, 박인숙 전 국회의원(업그레이드의협연구소 대표)이 지난해 10월 각각 출마를 공식화했고, 지난 1월에는 정운용 부산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가 차기 의협회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 대표)과 이필수 현 의협회장도 자천타천 차기 의협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