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소청과 전문병원 모델 벤치마킹했지만 불발
"모형 다양화하고 개념 명확히 해 하반기 중 시행 목표"
보건복지부는 '6세 미만 소아진료' 영역에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수가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준비했다. '소아진료 지역 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인데 네트워크에는 연간 약 2억원의 지원금과 함께 소아전문관리료 명목으로 의원에 최대 5만8000원, 병원에는 최고 6만3000원의 수가 신설도 계획했다.
지난해 3월부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주도로 준비한 해당 시범사업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벽에 막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지난달 13일 브리핑에서 "언제 어디서나 제때 진료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체계를 대폭 강화하겠다"라며 해당 시범사업을 상반기 안에 조속히 시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일정이 미뤄지게 된 셈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2024년 제7차 건정심에서 네트워크 모형을 다양화하고 제도를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아 환자가 사는 지역에서 일차진료부터 중등증, 중증질환 진료까지 공백없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제도의 방향성에는 건정심 안에서도 이견이 없었던 만큼 보건복지부는 즉각 제도 보완에 나섰다.
임혜성 필수의료총괄과장은 3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응급, 중증은 골든타임이 있으니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연결짓기 쉽지만 소아진료는 범위가 넓다보니 네트워크를 적용한다는 개념이 쉽게 와닿지 않는 면이 있다"라며 "시범사업에 투입하는 재정을 달빛어린이병원에 투입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달빛어린이병원은 한 개의 기관이 주중은 물론 주말, 야간까지 진료를 해야 하니 제도 참여율이 비교적 낮다"라며 "소아진료 네트워크는 구심점을 맡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병의원이 협력해 24시간 365일 진료하는 형태로 소아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설계한 시범사업 모형은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의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우리아이들병원은 1~3차 병의원 의료진이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소아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상급병원으로 전원 등을 결정한다. 지난해 2월 고려대 안암병원과 핫라인을 꾸렸고 20개 병의원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다. 소아진료에서 만큼은 서울 서남권과 동북권 전달체계를 커버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임 과장은 "보통 시범사업은 설계하는 과정에서 연구용역을 거치는 등의 과정이 있는데 소아진료 네트워크 시범사업은 지난해 3월 우리들병원 모델을 본 후 별도의 연구 과정 없이 모형을 만들었다"라며 "그렇다보니 사업의 완성도를 위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하반기 중 시행을 목표로 제도를 다듬고 있다.
임 과장은 "소아진료를 하는 병의원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진료에 나서는데 그 모형을 다양화하려고 한다"라며 "네트워크 구심점은 전문병원을 비롯해 아동병원, 규모가 있는 의원도 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를 개설하고 있는 종합병원도 충분히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아동 등록제 모형도 하나의 고려 대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