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토론회에서 "건보재정 써야 할 때"
"환자 의료이용 경계 벽 허문 장본인은 정치인" 일침
충청북도 도지사 앞에서 의대정원의 일방적, 무분별한 확대에 대해 울분을 토로해 화제를 모았던 배장환 충북대병원 심장교수가 필수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해법에 대해 속시원한 주장을 내놨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의료비의 비율에 대한 OECD 통계 해석의 착시를 짚으며 건강보험 재정을 아낄 때가 아니라 써야 할 때라고 했다. 지역완결형 의료 실현을 위해서는 정치권이 나서서 '표' 걱정을 넘어 환자의 의료이용 제한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장환 교수는 보건복지부는 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배 교수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지난달 하순 병원에 '사직서'를 내면서 공개한 사직의 변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배 교수는 먼저 통계 해석의 착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GDP 중 의료비 비중은 9.7%로 평균 9.2%를 넘었다.
배 교수는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은 OECD 평균을 초과하지 않고 있는데 GDP에서 의료비 비중이 늘었다"고 허점을 지적하며 "1인당 보건의료비용 지출이 늘고는 있지만 그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아직은 건강보험 재정을 아껴야 한다, 부족하다고 엄살부릴 단계가 아니라 더 끌어들일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부담률이 낮은 국가"라며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 돈을 내가 치료 받으라고 하는 나라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건강보험에 들어가는 돈을 더 받아내야 하는 방법을 먼저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지역의료 관련해서는 꼭 필요한 질환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회사원이 감기가 걸렸을 때 회사 근처 의원에서 약을 타고 주사를 맞는데 미국은 시크데이(Sick day)라고 해서 병가를 쓰는 분위기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의료이용률이 줄었다는 것은 감기 같은 경증질환자가 줄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짜 필요한 데다 돈을 써야 한다"라며 "암, 중증심장질환, 뇌질환 등 환자가 죽을수도 있는 병에 돈을 써야 한다. 덜 필요한 데다 돈을 쓰면서 재정 건전성을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 패키지에서 말하고 있는 지역완결적 의료 실현을 위해서는 환자들의 병원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윤석준 교수는 우리나라 환자들의 의료이용 현실을 "꿈이 이뤄지는 세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배 교수는 "지역완결적 의료를 하려면 지역에 압도적인 병원이 있어야 하고, 환자가 마음대로 가고싶은 병원, 즉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며 "지금도 개인의원에서 환자가 진료의뢰서를 써달라고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나라는 개보험 국가 중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또 "환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사실 정치인이 환자에게 의료사용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게 해줬다. 원하면 서울에서 만성질환 약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는 이제와서 상급종합병원에 만성질환자가 4% 이상이면 상급종병 타이틀을 뺐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그런 일이 없게 만들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의사, 정부, 정치인이 제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맞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필요한 의료에 돈을 쓰고 지역완결형 의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원 최종 결정은 의사가 해야 한다"라며 "정치계에서 이루지 못한다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의료이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건강보험 구조가 무너지기 때문에 국민이 선거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때가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사는 자신의 능력과 커리어가 절단됐다고 생각하면 거기에 있지 않는다"라며 "정부는 3억, 4억 등 의사에게 줘야하는 돈을 먼저 생각할 게 아니라 전문가로서 존재 가치를 지역사회에 보낼 수 있는 직장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