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공백 현실화? "시작은 일부, 붕괴는 도미노로"

의대 교수 공백 현실화? "시작은 일부, 붕괴는 도미노로"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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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사직은 이미 시작됐다" 5월 초 병원 떠나기로 예정된 교수 속속
한 두명만 떠나도 당직·업무 부담이…"교수 사직 확산될 것, 내부 불안·불만 축적"
학생·전공의 복귀 기대? 체념 "내년에나 오면 다행일까"…환자 안전 위한 사직도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대학병원 교수들의 사직 물결이 시작된 지난 3월 25일로부터 한 달이 지나, 전공의에 이은 교수마저 공백이 생길까 우려가 커진다. 정부는 교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사직서 또한 수리되지 않을 것이라 낙관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맡고 있는 환자가 있어 당장 떠나지 못하는 교수들도 떠나는 교수들과 같은 마음으로, 사태가 이 이상 지속된다면 줄사직으로 이어질 만큼 많이 지쳐있다는 전언이다.

세 달 가까이 이어지는 격무에 지친 현 상태로는 동료 교수 한두명 공백만으로도 당직 등 업무부담이 크게 증가해, 남은 교수들의 사직 의사가 더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 교수는 24일 [의협신문]과 통화에서 교수들의 상황을 전했다. 

배장환 교수는 "엊그제만 해도 교수 한 분이 총장설명회 후 완전히 상심해 마음을 굳히셨다. 원장과 면담을 마쳤고 내주 월요일에 바로 떠나신다"며 "저 역시도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리된 교수 사직서가 없다는 정부 발표에는 "충북의대·충북대병원만 해도 전체 교수의 60%로 100명이 넘는 교수가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고 과장과 진료처장 결재까지 끝났다. 총장 또는 병원장의 승인만 남았다"며 "말 그대로 아직 최종 수리되지 않았을 뿐 현장에선 이미 사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배 교수는 "지역의료는 인력구조가 취약해 교수 한 두명만 떠나가도 당직이 훨씬 빨리 돈다"며 "그 한 두명의 사직으로 시작해 남은 교수들의 사직도 가속화될 것이고, 도미노처럼 의료 자체가 폭삭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대위 차원에서 아직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지 않은 병원들도 속속 개별 사직이 이어지고 있으며, 내부 분위기가 고조되는 모양새다. 

김대중 아주의대 교수(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는 "지난 3월 초 사직 의사를 밝힌 한 아주대병원 교수는 병원 측의 부탁으로 4월 말까지 진료를 보기로 했으나, 그 분도 이제 (병원에 있기로 한) 시한이 다 됐다"며 "응급의학과에서도 교수 몇 분이 사직하신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아주의대·아주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사직서를 수합해 학장에게 전달한 상태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직 절차를 밟지 않았음에도, 김대중 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대화에서 '사직'을 언급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 체감된다고 했다. 

4월까지 이어지던 격무를 어떻게든 버텼지만, 5월에도 그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좌절감이 사직 의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교수 비상총회를 열어달란 요구도 부쩍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교수들이 전체적으로 무기력해져 있으며 체념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대중 교수는 "전공의들이 올해 복귀할 수 있다고 이젠 기대하지 않는다. 학생들도 다 유급될 것"이라며 "총선 이후 정부에서 사태를 수습해 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기대했던 만큼 좌절감도 크다. 전공의들이 내년이라도 돌아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빅5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의대·가톨릭의료원 교수들은 사직서를 수합하면서 구체적 인원을 집계하지 않았다. 온전히 자발적인 사직을 존중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료 교수가 떠나는 것에 따른 우울감과 좌절감의 여파를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도상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어떤 직군이라도 사직은 개인으로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십년을 일한 직장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딨겠느냐"며 "육체적 피로도 피로지만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고 호소하는 교수들이 많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당장 맡은 환자들이 있어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떠나는 이들과 모두 같은 마음"이라며 "특히 환자 안전을 위해 떠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지속된 격무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이들은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떠나는 것이 맞다"고도 했다. 

이도상 교수는 "어제(23일)만 해도 아침부터 8시간 동안 암 환자 수술을 하고 점심도 못 먹다가 오후 4~5시쯤에 라면으로 끼니를 간신히 때웠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일 환자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수술이 있다면 과연 무사히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덜컥 든다"고 전했다. "우리 병원은 아니지만 1주간 5일 당직을 서신 교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빅5 병원 중에서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과 아산병원 등 울산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밝힌 상태다. 

서울의대 교수 400여명은 지난달 25일 대거 사직서를 제출했고, 비대위 수뇌부는 오는 5월 1일 사직한다. 울산의대 교수들도 433명이 교수 비대위를 통해 3월 25일 사직서를 취합했고 오는 25일부로 예약된 진료와 수술 일정에 맞춰 사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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