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패키지가 결국 필수의료 붕괴시킨다"

"필수의료 패키지가 결국 필수의료 붕괴시킨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6.0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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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전문의·전공의 대상 설문조사 공개
전공의, 필수의료 패키지에 강한 불신…복귀조건 첫손 꼽아
전문의, 주당 65∼90시간 근무…주중·주말 당직 등 번아웃 직면
임청 이사장 "전공의 없으면 미래도 없다…이젠 정말 시간 없다"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은 결국 필수의료를 붕괴시킬 것이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와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강한 불신을 갖고 있었으며, 만성적인 흉부외과 위기의 원인은 '낮은 수가'를 꼽았다. 또 전문의 60%는 주당 65∼90시간의 격무에 시달리며, 번아웃 위기 상황에서도 전공의들의 선택에 존중을 표했다. 

현 의료사태에 대해 전문의들은 의대 정원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패키지를 가장 큰 문제로 판단했다. 전공의 미복귀 이유가 필수의료 패키지에 있다는 방증이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3일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진행한 흉부외과 위기 상황에 대한 전문의·전공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URL을 통한 전자 설문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전문의 131명, 전공의 52명이 참여했다. 

먼저 전문의 61.1%는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었다. 65%는 주말(5∼20시간 이상)에도 근무한다고 응답해 60%를 넘는 전문의가 매주 65∼9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극한의 조전에서 환자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0%는 주중(월∼금) 당직을 시행하고 있으며, 20%는 이틀에 한 번 이상 당직근무를 서며, 야간·주간 근무를 휴식없이 병행하고 있었다. 

번아웃 위기도 심화됐다. 

58%가 최근 의료사태로 번아웃 정도가 강화됐다고 답해, 물리적 한계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만성적인 흉부외과 위기의 원인으로는 '낮은 수가'(57.5%), '의료 집중현상'(27.5%)을 꼽았다. 

전공의 복귀 전망은 어두었다. 

전문의 대부분(99.2%)이 전공의 복귀가 어렵거나 판단을 유보했으며, 절반 이상(51.1%)이 번아웃 상황에서도 제자들의 선택에 지지를 보냈다. 

사태 해결 후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었다. 

전문의 61.1%는 '사태 종결 후 50% 미만의 전공의만이 흉부외과를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90% 이상이 돌아올 것'(5.3%)이라는 판단은 소수에 그쳐 향후 흉부외과 미래는 심각한 불가역적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공의 복귀 전제조건으로는 '의대 정원 재논의'(58.8%) 응답률이 가장 높았으며, '수가정상화',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 등이 뒤를 이었다. 

필수의료 패키지 내용은 69.4%가 숙지하고 있었으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전공의 역시 흉부외과 위기 원인으로 '낮은 수가'(50.0%), '의료집중현상'(28.8%)이라고 답했다. 위기 극복 방안으로는 전공의 70%가 '수가 정상화'를 선택했다. 

현재 필수의료를 무력화하고 있는 저수가 정책 → 재투자 부실 → 필수의료 인프라 손실 → 신규 유입 인력 감소 → 필수의료 붕괴 등 구조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빠른 복귀를 전망하는 전공의는 응답자 52명 중 1명에 그쳤으며, 70%가 '사태 안정화 이후에도 70% 미만 복귀'를 예상했다.   

흉부외과학회는 "전공의 설문조사에는 연락이 두절된 전공의 판단은 빠진 결과여서 실제로는 더욱 심각한 전망을 유추할 수 있다"라면서 "이 예상이 현실화되면 흉부외과로 대표되는 필수의료의 심각한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다.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패키지 내용을 잘 알고 있다"(88.5%)고 답했으나, 복귀 전제조건으로 '필수의료 패키지 재검토'(55.8%)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필수의료인 흉부외과를 선택했던 전공의가 원하는 것은, 현재의 안위나 미래의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에 대한 비전문가적 훼손에 대한 문제의 해결이나 사과, 재 논의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라면서 "다만, 현재 시점이 과도하게 늦었거나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잇는 전공의 복지 향상 등의 요소는 부수적인 요건이며, 실질적으로 의료의 사명감을 바탕으로 희생을 각오하고 의업에 종사해 온 전공의들의 자긍심을 필수의료 패키지로 대표되는 정책이 훼손시켰다는 지적이다. 

임청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은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재원들은 한 학년 3000명 중 2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미 모든 희생을 각오하고, 환자를 위해 평생을 걸고 흉부외과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다.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면 이런 이들이 더 늘어날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전문의·전공의들의 지적처럼 흉부외과 전반의 수가 현실화가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임청 이사장은 "필수의료를 살린다며 시작한 정책이 결국 필수의료 현장에 위해를 가하고 미래의 필수의료를 붕괴시키고 있다. 시간이 지나 모두가 해결된 후에도 정말 전공의가 50∼60%만 복귀한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50여년에 걸쳐 정말 목숨을 바쳐가면서 이루어 낸 흉부외과의 현재가 연기처럼 사라지려고 한다. 이런 상황이면 우리나라 흉부외과는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라면서 "흉부외과는 어려움과 고통을 오랜 시간 매우 강하게 호소했다. 가벼운 처방과 관찰은 답이 아니다.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정책을 필수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전공의가 거부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왜?'를 고민하고 문제 있는 것 아닌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전공의의 스승으로 기성세대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미래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전공의의 중요성도 되새겼다. 

임청 이사장은 "전문의 증심병원을 이야기하지만, 전공의가 떠나고 나면 미래의 전문의는 없다. 전문의 중심병원은 없다. 전공의가 없으면 전문의가 없고, 전문의 중심 병원 자체가 불가능 해진다. 전공의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청 이사장은 "정부가 말만 하면 될 일이 아니다. 설문조사를 보라. 이미 시간은 늦었다. 지금이라도 움직여서 필수의료를 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만든 칼로 자신을 해하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수많은 필수의료과에서 서늘한 울음 소리가 날 것"이라면서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여느 때와 같이 환자의 곁을 지킬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제 필수의료의 첨부에 있는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의 목소리에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이런 조사 결과가 모두의 것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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