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협 해산' 정말? 선례 봤더니...

정부 '의협 해산' 정말? 선례 봤더니...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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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해산 위기 겪은 한유총, 1·2심 모두 '해산 취소' 결정
임무영 변호사 "보건복지부, 의협 해산 합법적 방법 없어"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부가 의료계의 의대 정원 증원 항거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꺼내들었던 '의협 해산' 카드가 실은 공수표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의사 집단 휴진일이었던 지난달 18일, 정부는 의료계가 예고대로 집단 휴진을 강행하자 '대한의사협회 해산'을 입에 올렸다. 

정부가 '의협 해산' 카드를 고려했던 것은 이번이 두 번째. 다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전공의들의 대거 사직이 유력했던 2월 초에도 의료계 집단 행동 저지 방안 중 하나로 의협 해산을 검토했다. 

당시 정부는 보도설명 자료를 통해 검토 사실을 부인했지만 지난 달 '의협 해산'을 언급하며 2월 검토설 역시 사실이었음이 확인됐다.

정부의 의협 해산 겁박. 실현 가능성은 어느정도일까?

의협보다 먼저 '해산' 위기를 겪었던 법정단체 사례를 보면, 정부의 해산 겁박은 공수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2019년 3월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사용을 강제하는 규정 등이 담긴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에 반발, 집단 개학연기를 강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 달 뒤 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통보했다. 사실상 강제 해산시킨 것이다. 

당시 시교육청은 "한유총이 공익을 해치고 회원들의 이익 추구사업에 몰두하는 등 목적 외 사업을 했다"며 해산 이유를 밝혔다.

결론적으로 한유총의 해산은 취소됐다.

한유총이 설립허가 취소처분 취소를 위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서 모두 승소한 것이다.

법원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 사단법인 법인설립허가 취소 처분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데 이어 1·2심 모두에서 한유총 손을 들어줬다.

의협의 경우, 애초에 해산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법률 검토도 나왔다.

정부가 해산을 주장하는 근거는 민법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사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 주무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의료법에서는 해산·설립취소 절차가 없는데, 위의 민법 제38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 주장이다.

적용 근거로는 의료법 제28조 제4항을 들고 있다. 여기에서 '중앙회에 관해 이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서 '준용'은 조문을 그대로 따라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준용'은 법적으로, 성격상 어긋나지 않는 조문들만 가져올 수 있다.

임무영 변호사는 "의료법에 따라, 의협은 반드시 설립해야 하는 법정단체"라며 "법에 의해 설립 근거를 가진 단체는 해당 법에 정해진 해산이나 설립취소 절차가 없다면, 민법 규정에 따라 해산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의협이 법정단체인 이상 보건복지부가 의협을 해산시킬 합법적·현실적 방법이 없다는 것.

의료법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보건 향상에 장애가 되는 행위'일 경우 의협의 임원을 다시 뽑으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규정만 존재한다.

임무영 변호사는 "해당 명령 역시 따르지 않는 데 대한 처벌조항이나 과태료 조항이 없다.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라며 "쓸데없는 조항을 만든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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