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전공의 사적 계약 관계에 정부 개입은 "오류"

병원-전공의 사적 계약 관계에 정부 개입은 "오류"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7.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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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의협 법제이사, 보건복지부 행정명령 위법성 지적
"수련병원-전공의 모두 관리, 감독 상황 남용한 위헌적 행정명령"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오는 15일로 제시한 가운데, 수련병원들은 사직서 수리 시점을 놓고 막판 고민 중이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날과 정부의 사직서 수리금지명령 철회 날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이재희 의협 법제이사 ⓒ의협신문
이재희 의협 법제이사 ⓒ의협신문

이런 가운데 변호사이기도 한 이재희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병원과 전공의의 사적 계약 관계에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과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 이사는 의료정책연구원이 분기마다 발간하는 '계간 의료정책포럼' 최신호에 사직 전공의의 법적 지위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지난 2월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실망한 1만여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59조를 근거로 전공의와 수련병원에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금지명령 등 각종 행정명령을 내렸다. 

의료법 59조 1항은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항은 1항을 따르지 않았을 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재희 변호사는 의료법 59조 1항에 따른 행정명령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수련의로서의 전공의에게 갖는 권한을 남용해 근로자로서의 전공의에게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라며 "그럼에도 공법 관계상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조항을 근거로 사법 관계에 개입해 전국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을 발령했다. 이는 공사법 관계를 구별하지 못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사법 관계에 개입하기 위한 법률 규정은 훨씬 더 명확해야 함에도 수련병원과 전공의 모두 보건복지부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는 상황을 남용한 위헌, 위법의 행정명령이 형식적으로 근거 규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전공의 신분은 의업을 하는 의료인이면서 근로자이기도 하고, 수련의 역할도 있다. 여기서 근로자로서의 위치는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사적 계약 영역이고 수련병원과 전공의는 각자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하고 종료시킬 수 있다는 게 이 이사의 지적이다.

그는 "2000명 의대정원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등 갑작스러운 정부 발표를 들은 전공의가 더 이상 가혹한 수련을 견디고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으로 사직했다면 해당 전공의에게 수련을 강제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사직한 전공의에게 의료법 59조 제2항을 적용 업무개시명령도 발동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사직은 구체적인 개별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 행위에 해당할 수 없고 전공의는 명백히 의료기관의 개설자도 아니다"라며 "전공의를 강제로 수련에 복귀시키고자 한다면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할 여지는 있지만 현재는 감염병 위기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는 전공의의 사직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고 명확한 법률상 근거 없이 그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위헌, 위법적 명령을 창설 남용할 수 없다"라며 "보호받아야 하는 전공의의 사직의 자유는 보건복지부가 사법관계의 양 당사자 모두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우연한 사정 때문에 결론이 달라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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