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6000톤 얼음 주문한 파리올림픽, 도쿄올림픽은 66톤이었는데
운동 후 얼음물 목욕 효능? 부작용 연구결과 잇따라…'근거 중심' 촉구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으며 선수들이 기량을 뽐내는 2024 파리올림픽, 그 이면은 근거 없는 의학의 온상이 돼버렸다는 지적이 유럽 의학계에서 나왔다. 절박한 선수들이 근거 없는 유사·대체의학을 활용하는 추세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에게 널리 쓰이는 요법으로는 얼음물 목욕 등 저온요법이 대표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의무·과학국장 등 의사와 연구자들은 영국스포츠의학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IF=11.6) 7월호를 통해, 파리올림픽이 근거없는 요법을 위한 얼음 수급에 매몰됐다고 꼬집었다.
파리올림픽 주최 측에서 추산한 얼음 수요는 1만 6000톤이 넘는다. 2021 도쿄올림픽에서 사용된 얼음량인 66톤보다 240배 이상이다.
비용은 250만 유로, 원화로 환산하면 37억원에 달한다. 얼음의 생산뿐 아니라 운송부터 보관까지 들어가는 비용과 자원을 고려하면 액수는 더욱 커진다.
올림픽 주최 측은 1만 6000톤의 얼음을 수급할 업체를 공개입찰에 부쳤지만 그 어떤 업체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주최측은 얼음 수요량을 650톤으로 대폭 줄였는데, 이마저도 직전 도쿄올림픽 당시보다 10배는 많다.
저자들은 올림픽이 얼음 목욕에 열광하는 것에 비해, 선수들의 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선수들의 회복과 성장에 해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얼음물 목욕이 장시간 운동에 따른 온열질환이나 통증 완화 외에는 효과는커녕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운동 후 얼음물 목욕은 조직 재생과 손상 회복을 지연하며, 특히 근육의 생장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하계 올림픽이니 만큼 열사병이 우려되기에 대량의 얼음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있지만, 저자들은 대부분 얼음이 온열질환 등 필요한 치료가 아니라 훈련 중 일상적으로 사용된다고 짚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치료용으로 활용된 얼음은 단 2%이며, 98%는 훈련 후 회복 목적에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효능이 입증된 곳에 쓰인 얼음이 2%에 불과한 것이다.
근거가 입증되지 않은 저온요법이 남용된다면 부상도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수영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은지 선수는 경기를 한 달 앞두고 훈련 중 저온요법을 하다가 동상 진단을 받기도 했다. 저자들은 "추가연구에서 얼음목욕 등 저온요법의 효과가 입증되고 얼음 사용에 따른 재정적·환경적 영향이 추계되기 전까지는, 올림픽에서도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얼음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올림픽에서 의학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요법들은 꾸준히 거론돼왔다. 프랑스 대형 제약사인 사노피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신체 적외선을 통증 부위로 반사해 혈액순환과 회복을 돕는 진통패치'를 개발했다고 홍보해 현지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개인 SNS에 부항(cupping)을 홍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