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닫은 의료개혁특위 또 다른 논쟁 부를 것"

"귀 닫은 의료개혁특위 또 다른 논쟁 부를 것"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4.08.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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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체계 다 무너져 일차의료·지역의료 빈약…기초부터 튼튼해야 지속성 가능
서울의대교수비대위 주최 '일차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 100분 토론 우려 쏟아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1차 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주제로 100분 토론을 열었다. ⓒ의협신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1차 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주제로 100분 토론을 열었다. ⓒ의협신문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대화와 의견 수렴을 통해 담론을 형성하지 않고, 비공개로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의료개혁은 새로운 논쟁거리만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1차 의료와 지역의료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전문의 중심병원을 비롯한 혁신적 의료전달체계 확립 정책은 용두사미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는 9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교수비대위)가 주최한  9일 '1차 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 주제 100분 토론에서 "정책 설계는 굉장히 디테일 해야 한다. 먼저 큰 방향을 잡고, 방향성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 다음에 단계적으로 세부적인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교수는 "(이해관계자가)만나서 대화를 통해 담론을 정리하고, 디테일에 관해 논의한 뒤에 정책을 설계해야 함에도 보건복지부는 (비공개)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시켜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8월 말에 의료개혁특위에서 무엇을 제시한다면 새로운 논쟁거리만 된다"고 우려했다.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는 의료개혁특위 논의과정에 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주열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 시대다. 회의록과 회의 과정도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각계의 공개 요구를)정부가 새겨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차의 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주제로 열린 100분 토론에서는 연계·협력 강화 방안이 핵심 선결과제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박권희 강원도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1차 의료 강화의 핵심은 네트워크와 협력진료다. 협력은 1∼3차 의료기관간 수직적 협력이기도 하고, 같은 1차 의료 기관끼리 수평적인 협력이기도 하다. 지역사회 돌봄과 복지와의 다층적 협력도 필요하다"면서 "단 번에 우리에 맞는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만큼 다양한 형태의 시범사업을 통해 협력 모델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범사업 형태로 ▲상급종합병원과 2차-1차 네트워크 연결을 통한 대안적 수가 시범사업 ▲민간의료기관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 지역 공공의료기관 중심의 수가 시범사업 ▲지역의사회 및 동네의원 중심의 지역사회 통합돌봄·만성질환관리사업 확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중심의 시범사업 등을 제안한 뒤 각각의 단위가 연합하는 다양한 형태의 시범사업 모형도 제안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일산병원이 1차 의료를 지원, 고기능 1차 의료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박성배 건보공단 일산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환자를 등록하고,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포괄적으로 평가해 포트폴리오를 만든 다음 케어플랜을 도출해 위험도 분류에 따라 맞춤형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의사 한 명이 아니라 팀이 관리하는 주치의 보다 좀 더 확장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고용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방문의 양에 따라 수가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1차 의료의 속성에 맞춰 지속성·포괄성·조정성·접근성에 맞춘 새로운 지불 모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희 원장(느티나무의료사회복지협동조합)은 "지역의료와 1차의료에서는 굉장히 많은 것들을 연결해야 한다. 방문의료·방문재활·방문구강·돌봄 등 보건의료 직종이 참여하는 다학제팀 활동을 제도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면서 "재택 환자가 건강하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관계자 각각의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돌봄 종사자 교육과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아닌 지자체의 권한과 역할에 무게가 실렸다.

이주열 교수는 "현재 보건의료기본법에 의해 지자체는 5년 마다 지역보건의료계획을 통해 병상과 의료인력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데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필수의료 패키지가 나오면서 그때서야 부랴부랴 했다. 과거 20∼30년 동안 아무런 숙제를 하지 않다가 벼락치기 숙제를 하다보니 문제가 얽혔다"고 꼬집었다.

"지금도 시도에서 계획을 만들어 중앙에 올리면 보건복지부가 다 결정한다"고 지적한 이주열 교수는 "시도에 지역의료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병상이 얼마나 필요한지,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작성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시도에 결정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17년 째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난치성 환자의 보호자인 최현순 씨는 "10년 뒤에도 계속 아플 것인데 그때도 과연 이런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된다"면서 "누구든지 다 환자가 될 수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사태로 인한 갈등)그것 때문에 손해 보는 사람이 없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우려와 걱정을 전했다.

좌장을 맡은 조비룡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는 "많은 국민이 대학병원으로, 3차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필수의료·일차의료·커뮤니티케어 등은 가치에 비해 너무나 대우를 못받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지금 사태가 계속되면 결국 우리나라 건강이 굉장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조비룡 교수는 "그러지 않게 하려면 튼튼하게 해서 병이 안 생기도록 해야 하고, 병이 생겼더라도 잘 관리해서 합병증이 안 생기도록 좋은 의료(1차 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비용이 들여야 하고, 가치를 바꿔야 하며, 수가제도도 바꿔야 한다"면서 "앞으로 10년 뒤에 국민이 더욱더 건강하면서도 의료비가  크게 증가하지 않도록 좋은 의료를 만드는 방안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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