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불가피한 강제 치료' 국가 책임 절실

정신질환, '불가피한 강제 치료' 국가 책임 절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8.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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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입원 부담 환자 보호자·의료기관에 과도하게 전가
신체질환 30∼40% 입원 수가 상급종합병원 병상 수 급감 초래
일부 사례 과도한 일반화·자극적 언어 사용 언론 보도 지양해야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최근 정신과적 응급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환자 사망 사고 관련 행정적, 제도적, 법적 측면을 포괄하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신질환 치료 영역에만 존재하는 '비자발적 치료라는 특수한 과정'에서 환자, 가족, 의료진 모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한 마련을 위한 의료계, 정부, 국회, 환자단체를 아우르는 소통의 중요성도 되새겼다. 또 사건의 단편적 부분에 대한 자극적 보도 방식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냈다.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정신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소통에 기반한 정신질환 치료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정신질환 관련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과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은 정신질환과 치료과정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지식과 이해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필수적인 사회적 인식 전환과 정책 관련 내용을 제안했다. 

먼저, 정신질환은 특성상 병식이 없는 환자의 회복을 위한 과정에 불가피하게 치료를 강제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정신질환 치료는 의료진의 자의적 판단과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공공의 요구에 의해, 법과 규정에 의해 제한적으로 수행되는 치료 과정이며, 특히 중독성 질환은 자발적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무치료제도 등 비자발적인 치료서비스 제공이 필요한데, 이는 국제적으로 권고되는 효과성 근거 기반의 치료 원칙 중 하나라는 진단이다. 

약물을 통한 진정, 격리, 환자·타인을 해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일시적 강박 등은 치료 목적으로 법과 지침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짚었다. 

불가피한 강제적 치료에 대한 국가 책임 규정도 필요하다.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은 불가피한 강제적 치료로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보호자와 의료기관에 과도하게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비자발 입원의 결정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지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환자의 임상적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건강보험 정책 상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차별도 개선돼야 한다.  

일본은 정신건강의학과 급성기 입원료가 일반 입원료의 3.5배에 이르며, 미국의 경우 급성기 진료에 약 5배의 자원을 투입해 적절한 치료수준과 인권 보호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정신건강의학과의 입원 수가가 신체질환 치료의 30∼40% 수준으로 턱없이 낮아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병상수 급감이 원인이 되고 있다. 

정신질환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편적인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급성기 환자의 자타해 위험으로부터 공공의 안전 보호 요구, 비자발치료에 수반되는 자기결정권·인권 침해의 위험으로부터 환자 보호라는 이중의 요구가 따르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료받지 않은 환자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면 '강제적 치료측면을 강화'를 요구하고, 신체질환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건강보험 지원을 배경으로 하는 정신의료기관 내 사고가 발생하면 '개별 민간의료기관이나 치료진에 대한 규제와 처벌'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언론의 보도 행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부 사례의 과도한 일반화와 자극적 언어를 사용한 언론 보도보다는 정신응급 중환자의 치료 활성화를 위한 근본 문제의 탐색과 그 대책에 더 관심 가져야 한다.  

안용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대한신경신의학회는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필요한 모든 논의에 참여하겠다. 정신질환의 치료 현장이 충분한 시설과 인력 지원 속에서 더욱 탄탄한 공공 행정의 지원 속에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적극 제안하겠다"라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안전과 인권이 위협되는 일 없이, 불필요한 법적 부담과 경제적 부담 없이 자유롭게 치료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실효성 있고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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