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빼곤 응급의료 정상? "사람이 몇이나 죽어야 위기인가"

1.2% 빼곤 응급의료 정상? "사람이 몇이나 죽어야 위기인가"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8.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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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의사회 "코로나19 때도 닫은 적 없는 응급실, 기능 못해도 열면 다인가"
응급실 전공의 없이 맞은 추석 '전대미문'…"환자 살리는 데 한계 명백, 현장은 자괴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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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진료 및 응급의료체계가 1.2% 응급실의 일시적 차질을 제외하곤 문제없이 운영된다는 정부 입장에 응급의학 의사들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수십년간 닫은 적 없던 지역거점 응급의료기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중차대한 위기로, 설령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24시간 365일을 일한다 해도 죽는 환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최근 일부 응급의료기관에서 일시적으로 진료 제한이 발생했지만 이는 전체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1.2%인 5곳에 불과하다"며 응급의료가 정상적으로 가동중임을 피력한 바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애초에 모수가 잘못됐다. 전국 408곳 응급의료기관 중 전공의가 있던 수련기관은 100곳뿐으로,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영향은 수치로 따지자면 5%로 봐야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5%라면 밖에서 봐선 적은 수치일 수 있지만, 지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문을 닫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사실상 다른 응급실도 모두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문이 열려있어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사실상 닫힌 것과 같고, 이를 위기라 하는 것이다. 문만 열려있다고 위기가 아닌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수십년간 응급실이 문 닫은적이 한번도이라도 있었느냐. 코로나19 팬데믹때도 돌아가던 게 응급실이었다"고 짚은 이형민 회장은 "현장 의료진이 환자가 죽는다고 호소해도 계속 응급의료 위기가 아니라는 정부는, 대체 몇 명이 죽어야 위기라고 생각할 텐가? 국민과 현장이 위기라고 느낀다. 정말 위기가 아니라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부터 해체하라"고 일침을 놨다. 

추석과 맞물려 더욱 커진 현장 응급의료진의 불안감도 전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추산해봐도 응급의료 인력이 태부족이라는 설명과 함께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이제까지 응급실 전공의 없는 추석은 이제껏 단 한번도 맞아본 적이 없다"며 "현장 응급의학의사들은 모두 불안해하고, 환자를 살리지 못하면 어떡하나 괴로워하고 있다"며 "한 명의 전문의가 한꺼번에 많은 응급실 환자를 봐야한다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처치하면 살 수 있는 환자가 죽을수밖에 없다"고 비관했다.

또 "미국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응급의학 전문의가 한시간에 담당할 수 있는 환자는 2명"이라며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0.5명으로, 2시간 동안 그 환자만 봐야 한다. 그보다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면 응급상황 발생시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학전문의 5명 이상을 두는 것이 법정기준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와 큰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그동안 메꿔온 것이 전공의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의료개혁 실행방안에는 고개를 저었다. 이형민 회장은 "최종치료 인프라가 부족한 게 문제인데 환자를 적정의료기관에 바로 이송하는 패스트트랙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며, KTAS 분류 4~5레벨의 경증환자 본인부담을 증가시킨다면 경제적 여유가 있고 실손보험이 있는 이들만 응급실을 편히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정부를 향해 응급의료 정상화를 위한 ▲응급의료 형사책임 면책 실시 ▲응급환자 강제배정 전면 중단 및 119유료화 실시 ▲응급실 전담전문의 전문과목 표시 법률 제정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을 요구했다. 의료정상화를 위한 1000만 서명운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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