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지 지정 111개 지역 중 106개 지역이 소멸위험 분류
의료수요 적은 지역-과도한 자원 투입 지적...4가지 개선안?
잘못된 의료취약지 선정 기준으로, 대부분 소멸위험지역이 취약지에 속하면서 의료수요가 적은 지역에 과도한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취약지를 선정할 때 2차 의료기관까지의 이동 소요시간을 주요 기준으로 하는데, 이동 소요시간은 짧지만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 의료접근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되는 도시 지역의 경우, 애초에 취약지 지정에서 배제되는 것은 문제란 판단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21일 발간한 '의료취약지와 소멸위험지역의 개념 분리 필요' 이슈브리핑에서 의료취약지와 소멸위험지역의 과도한 중복을 개선해야할 사안으로 꼽았다.
의료취약지로 선정된 지역의 의료기관에는 시설비, 장비비, 운영비 등으로 기관당 연간 최대 17억 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해당 지역 대부분은 고령화가 심각하고, 청년층 유출이 지속되면서 지역 존속의 위협을 받고 있는 소멸위험지역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8월 기준,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111개 지역 중 106개 지역(95.5%)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문제는 소멸위험지역의 특성상 의료인프라 투자나 지원은 의료기관의 자립가능성을 높이지 못하는데다가, 지역의 인구 감소에 따라 해당 지역 의료기관의 지원금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및 제13조에 따라, 의료취약지 내 거점 의료기관을 지정, 국비와 지방비로 시설·장비·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먼저 분만취약지의 경우, 해당 지역에 산부인과가 설치·운영되도록 시설비와 장비비를 제공하고, 산부인과 의료인력의 인건비 등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기관 당 지원액은 매년 시설·장비비 12억원, 운영비 5억원이며, 국비 50%와 지방비 50%로 구성된다.
응급의료취약지는 지역내 응급의료기관에 재정과 인력을 지원하고, 응급의료기관 지정과 평가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기관 당 지원액은 연간 2~4억원이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각 지역별 부족한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이 되는 의료기관을 선정해 지원한다. 기관 당 지원액은 1차년도에 3억 1700만원, 2차년도엔 2억 5000만원이다.
의료취약지 인공신장실은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개별 지자체 현황 및 의료기관의 사업 수행 능력 등을 고려해 신규 인공신장실도 지원 중이다. 지원금은 인건비로만 사용 가능하며, 지원액은 기관당 연 2억원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취약지와 소멸위험지역의 과도한 중복은 주로 의료취약지 선정 기준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면서 "현행 이동 소요시간 기준 자체도 임의적으로 설정돼 실제 의료접근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개선 방안으로는 △전문과목별 최소 배경수요 기준 마련 후, 충족 여부를 선정 기준에 포함할 것 △이동식 진료소 운영·이송 체계 강화·응급의료 자원 통합 관리시스템 구축 등 소멸위험지역에 맞는 의료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 △지역별 평균 진료 대기시간·의료기관당 인구수 등 의료수요 대비 의료공급량의 상대적 비교를 고려할 것 △이동 소요시간 기준에 1차 의료기관을 포함할 것 등의 4가지를 제안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취약지와 소멸위험지역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의료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 의료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소멸위험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자원 투입을 줄이고, 의료수요가 높은 지역에 더욱 집중적인 자원 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