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침은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다. 올해 국감에서도 등장했다. 그런데 이번엔 강도가 좀 셌다. 2000곳이 넘는 한의원이 '모 단체'가 만든 약침을 불법으로 공급받아 시술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줬다. 수치로만 본다면 전국 한의원 4곳 중 1곳이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얘기다.
'약침을 공급했다는 모 단체는 정부 단속으로 큰 피해를 입었겠구나. 그리고 약침을 구입해서 쓴 한의원들도 경고 정도는 받았겠지.' 기자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국감에서 지적이 나온 지 한 달이 흘렀다. 25일 피감기관이었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전화를 걸었다. 식약청 담당자는 약침을 공급한 '모 단체'의 이름 조차 모르고 있었다. 단속 여부도 식약청 단독으로 할 사항은 아니고 복지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실제 한의사가 약침을 만들어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약침학회조차 자가조제는 각각의 한의원에 GMP 시설을 갖추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그래서 그런지 약침학회가 약침을 만들고 있다. 약침학회 회원수는 2100여명이다. 올 국감장에서 문제가 됐던 '모 단체'의 약침을 공급받은 한의원이 2000여곳이다. 이 수치는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약침은 말 그대로 한약을 침(주사기)으로 인체에 주입하는 행위로 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약침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한의사가 직접 조제해서 쓰면 된다. 허가 없이 제조해 판매하거나 이를 구입해 사용하면 약사법 위반이다. 아직 약침제제에 대해 식약청에 허가를 신청한 사례는 없기 때문에 한의사가 자가조제하지 않고 쓰면 불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약침학회에서 공급하는 약침 역시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약침학회는 몇달 전 서울 가양동에 5층 규모의 신축 회관을 지어 자리를 옮긴 한의사협회 4층에 입주해 있다. 나름대로(?) GMP 기준에 맞춘 설비 때문인지 한 층 전체를 쓰고 있다.
한의협 회관이야말로 정부 단속의 손길이 닿기 힘든 곳일테니 그야말로 약침 공장은 안전하다(?). 물론 밖에 있어도 안전하다. 매년 국감장에서 빠지지 않고 불법행위를 성토한다 할지라도 관련 공무원들은 서로 관련 기관의 협조 운운하며 쳐다도 보지 않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