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 대상 환자군 4그룹으로 나눠 선정
윤리위 설치·사회적 지원 필요 등 지적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지침'(첨부 파일 참조)을 발표했다. 지침은 환자의 의사 표현 가능 여부와 연명치료 수준에 따라 환자를 4단계로 나누고 이중 '3단계'와 '4단계'를 연명치료 중단을 논의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정의했다.
병원 윤리위원회의 활성화와 완화의료의 지원과 같은 사회경제적인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등 개별 병원이나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보건의료연구원이 연명치료 중단 지침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의료계 종주단체가 주축이 된 지침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계 3단체는 6월부터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침마련을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위원회는 이번 지침에서 의사 표현 가능 여부와 연명치료 수준에 따라 환자를 4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말기 상태에 있지만 의식이 있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환자가 해당된다.
2단계는 의사결정 능력을 잃은 상태로 '일반 연명치료'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 환자다. 3단계 역시 2단계와 같이 의사결정 능력을 잃었으나 2단계와는 달리 '특수 연명치료'가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환자다.
4단계는 임종 환자 혹은 뇌사 환자가 속한다. 위원회는 이중 3·4단계만이 연명치료 중단을 논의할 수 있는 단계라고 정의했다.
2단계와 3단계를 구분하는 일반 연명치료와 특수 연명치료는 구체적인 경우를 들어 설명했다. 일반 연명치료는 영양공급과 수분공급·온도유지와 욕창방지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의료적 연명치료를 의미한다.
특수 연명치료는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제공·혈액투석·함암제 투여·장기이식·수혈 등으로 높은 수준의 연명치료로 정의했다. 즉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1단계의 경우는 환자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연명치료 중단과 같은 치료방법 등을 협의하도록 했다.
2단계는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표시와는 상관없이 원칙적으로 연명치료 중단을 하지 말도록 했다.
특히 이번 지침에는 보건의료연구원이 발표한 지침에 없던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도 연명치료 중지 대상 환자로 넣어 주목을 받았다.
위원회는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를 "식물상태로 6개월 이상 보낸 환자"라고 정의했다. 고윤석 중환자학회 회장은 "6개월 이상을 식물상태로 있었을 경우 뇌의 가 의학적으로 회복할 수 없다는 의학적인 판단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4단계인 임종 혹은 뇌사 환자는 의사의 의학적인 판단과 환자 가족(대리인)의 동의가 있으면 연명치료를 하지 않을 수 있으며 명시적인 의사를 표현한 3단계 환자의 경우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단지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3단계 환자의 경우는 병원윤리위원회가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연명치료 중지를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나 환자 대리인과 의료진이 연명치료 중단을 두고 이견이 발생할 경우, 다른 의사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했으며 환자측이 원할 경우 담당의사와 의료기관을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윤성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의료인의 행위 범위와 기준 제시를 목표로 지침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지침이 의료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침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다양한 사회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인 지원책으로 완화의료의 제공 등을 꼽았다.
병원윤리위원회의 활성화 필요성도 지적했다. "윤리위원회를 두고 있는 대형 병원의 경우는 활동이 더욱 활성화돼야 하며 중소병원은 지역 중심의 윤리위원회를 설립해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성 위원장과 고윤석(중환자의학회 회장)·김장한(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상임위원)·문정림(의협 의무이사)·정지태 위원(대한의학회 법제이사)이 기자회견장에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