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B계열 등 보험급여서 상당수 퇴출 위기
심평원, 기등재 고혈압치료제 연구용역 평가결과 발표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를 위한 고혈압치료제 효과 및 이상반응 평가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 2월 발표한 중간보고서와 큰 차이가 없어 제약계의 불만이 높다.
보고서는 외국 전문기관의 평가보고서, 메타분석문헌, 국내의 비교임상문헌의 결과를 검토할 때 계열내뿐만 아니라 계열간에도 임상적 효과의 차이가 명백히 존재한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저질환 및 동반질환이 없는 고혈압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전체 품목을 대상으로 평가해 가장 비용이 낮은 품목이 우선적으로 등재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자문위원회에서도 "계열내의 혈압강하효과는 동등하다고 간주해도 무방하며, 계열 간에도 동반질환에 대한 효과·합병증은 약간 상이할 수 있으나, 혈압강하력 면에서는 동등하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내 고혈압치료제를 발매하고 있는 제약회사들의 반발이 거셀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과를 적용한다면 상당수의 고혈압치료제, 특히 최근 많은 제품이 나오고 있는 ARB계열 치료제들이 건강보험급여 적용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혈압치료제 832품목 혈압강하효과 없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6일 서울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김진현 교수·서울대 간호대학)이 제출한 연구평가 최종보고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심사평가원이 수령한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대상 고혈압치료제는 2010년 2월 기준 131개 성분 1226품목(2009년 청구액 1조 4000억원)이었으며, 중간지표인 혈압강하력을 주지표로, 최종지표인 심혈관계 질환 예방효과 등을 부지표로 선정했다.
상대적 저가 여부 평가에서는 전체 평가대상 의약품에서 평가면제 의약품, 복합제, 급여제외대상 의약품 등을 제외하고 비용효과성 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의약품은 832개 품목이었으며, D(이뇨제)계열 39개 품목, β-blocker계열 151개 품목, CCB계열 247개 품목, ACEI 계역 155개 품목, ARB계열 181개 품목, α-blocker계열 55개 품목, 기타 4개 품목이 해당됐다.(표1참조)
<표1> 비용효과성 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의약품
계열 |
D |
β-blocker |
CCB |
ACEI |
ARB |
α-blocker |
other |
계 |
품목수 |
39 |
151 |
247 |
155 |
181 |
55 |
4 |
832 |
임상적 유용성 평가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한 1개 품목은 급여 제외가 예상되며, 퇴장방지·희귀·응급의약품 등 필수약제에 해당하는 25개 품목은 급여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나왔다. 또 동반질환이 없는 환자에 대해 비용효과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고혈압치료제 상호 간(계열 간 및 계열 내) 혈압강하력 및 심혈관계질환 예방효과에서 차이가 있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고 평가됐다.
▶급여 등재 약 중 60~80% 제외 될 듯
이러한 연구결과에 따라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동반질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할 때 고혈압치료제 전체에 대한 비용최소화가 가능하나, 동반질환 및 이상반응(부작용)에서의 계열별 차이를 인정해 계열별 비용최소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보고서는 계열내 각 품목의 1일 소요비용 분포를 살펴본 결과 최소비용과 최대비용의 격차가 크고, 대부분 품목이 평균치 주변에 밀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도 계열별 최소비용 역시 최대 9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1일 소요비용 기준으로 전체의 상대적 저가는 215원, 계열별 최소비용은 이뇨제(D) 39원, 베타차단제(β-blocker) 36원, 칼슘채널차단제(CCB) 53원, ACEI 101원, 알파차단제(α-blocker) 30원, ARB 269원으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알파차단제와 일부 기타 약제의 경우 주 적응증 및 청구금액 등을 고려할 때 급여기준 제한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표2참조)
<표2>전체의 상대적 저가와 계열별 최소비용 : 1일 소요비용 (단위 : 원)
약제/계열 |
상대적 저가(하위 25%) |
계열별 최소비용 |
Diuretics |
215 |
39 |
β-blocker |
215 |
36 |
CCB |
215 |
53 |
ACEI |
215 |
101 |
α-blocker |
215 |
30 |
ARB |
215 |
269 |
상대적 저가와 계열별 최소비용을 적용하면 ARB계열은 269원보다 높은 품목이, 나머지 계열은 215원보다 높은 높은 품목이 건강보험급여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현재 건강보험급여에 등재돼 있는 고혈압 치료제 중 60~80%정도는 급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제약계·학계, 약가인하 목적 비판
보고서는 관련학회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한국제약협회의 의견도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고혈압학회는 "일반적으로 혈압 강압효과는 약제군 간에 유사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며, 주요 약제인 ACEI, CCB, β-blocker는 전체 사망률에 있어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아 특정 약물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ACEI는 사용을 시작해 수개월 내에 30% 정도에서 심한 기침으로 약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내과학회는 "ARB 중 losartan, irbesartan, valsartan, candesartan, telmisartan 등은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그 효과를 입증했는데, olmesartan, eprosartan 등은 아직 대규모 연구에서 임상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KRPIA와 제약협회도 "계열별로 특·장점이 다르고 동반질환에 대한 효과가 다르므로 계열별로 구분해 평가를 해야 하며, 모든 계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없다"고 밝혔다. 또 "CCB의 부종, ACEI의 마른 기침은 모두가 인정하는 뚜렷한 부작용임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급여에 제한을 받는 것은 무리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학회와 단체들은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월 5일 심사평가원이 중간연구발표에서 밝힌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약계 관계자는 "고혈압치료제는 혈압을 조절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질환을 예방하는 것인데, 연구보고서는 혈압강하에만 촛점을 맞췄으며, 약제간 파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학계 관계자도 "연구보고서에서 관련학회의 의견수렴 내용을 공개했지만, 의학적으로 모든 고혈압약의 효과가 같기 때문에 건강보험급여에서 퇴출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약가를 인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30일간 의견 수렴 후 하반기 고시 예정
연구책임자인 김진현 교수는 보고서에서 "고혈압을 치료하는 약물은 크게 6개 계열로 구분될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에 비해 보험에 등재된 성분 및 품목수가 매우 많고, 비용효과적인 약물의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건강보험재정 중 약제비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는 약제비를 절감하고, 좀 더 효율적인 건강보험재정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건강보험에 등재돼 있는 고혈압 제제의 효과와 비용을 재평가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심사평가원은 최종보고서를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공개일로부터 30일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며,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경제성평가 외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위원회 상정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평가와 위원회 재평가를 거쳐 복지부 보고 및 건정심 심의 후 올 하반기에 고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