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26일 군의료체계 문제 집중 조명
"의사 아닌 소대장·지휘관이 진료 기회 차단"
#2. 평소 잔병치레 없이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던 오아무개 병사는 군 복무 1년 만에 몸무게 40여kg이 줄었다. 극심한 두통으로 군병원을 찾았지만 정신과질환 약만 처방 받은 오씨는 결핵성 늑막염을 뒤늦게 진단 받고 전신이 마비됐다.
최근 잇따른 군의료사고와 자살, 총기난사 사건이 문제시되면서 군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가 관련 TF를 조직하고 대대적인 군병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군의관의 진료권을 보장하지 않는 왜곡된 조직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26일 방영분 <병 키우는 군병원>편을 통해 군의료 시스템의 맹점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의료사고 사례와 군의관 출신 의사들의 주장을 전했다.
제작진이 군에서 1차 의료기관 역할을 하는 의무대대를 방문한 결과 청진기, 진통제 등 간략한 장비와 의약품만을 갖춘 상태였다. 사단급 의무대는 진료 환자에 비해 인력과 장비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례 #2에서 오씨는 소속부대 인근 민간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서야 결핵성 늑막염을 진단 받았다. 오씨의 아버지는 "검사만 늦지 않게 받았어도 완치할 수 있는 병이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군병원의 오진으로 장애가 생겼다는 것.
급성 중이염으로 끙끙 앓다가 꾀병으로 오인 받고 자살을 택한 정아무개 이병의 안타까운 사연도 소개됐다. 정씨의 아버지는 "의사도 아닌 소대장이 진료기회를 차단했다"고 했다.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해당 사건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위원회 소속 박상천 의원은 "병원 시설이 좋고 훌륭한 의사를 모셔도 출입구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개탄했다.
제작진은 "지휘관이 꾀병 판정을 하면 군의관을 만날 기회 자체가 차단된다"면서 "고된 훈련 도중 진료를 받으려 하면 꾀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군의관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 의사들은 진료권 보장을 선결과제로 내세웠다. 보다 안정된 진료환경에서 환자를 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 군의관 출신 의사는 "군의관도 군 간부라는 이유로 아침에 열리는 주간상황 보고회의와 오후 회의 등에 참석하기를 강요당하기 일쑤"라며 "몇몇 부대가 아닌, 대부분의 부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내주는 것도 좋은 의사의 역할인데, 그걸 못하게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의사는 "환자가 생기면 사고라고 보는 게 군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라며 "고된 행군에서 일정비율 환자가 생기는 건 역학적으로 당연한 현상인데, 이를 사고로 보고 승진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봐 쉬쉬하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전반적인 제도 개혁과 더불어 군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용걸 국방부차관은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빨리 알아내고, 응급환자가 생기면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에 갈 수 있도록 응급후송체계를 세우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실시해 점차 인식을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