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위원과 선택위원 겹쳤거나 격리 틈새 뚫어
의협, "수사권 있는 검찰 수사 주시하겠다"
외과 전문의시험 문제 유출사태가 터지자 A교수가 만든 문제를 동일인인 A교수가 어떻게 출제문제로 선택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의시험은 문제를 만드는 사람과 문제은행에서 실제로 시험에 낼 문제를 선택하는 사람을 다르도록 해 자신이 만든 문제를 자신이 출제문제로 선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전문의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전문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문제은행에 축적돼 있는 문제 수는 적은 과는 2000문항 정도, 많은 과는 3000문항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과전문의 시험의 문항 수가 120문항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략 20배수에 해당하는 문제가 문제은행에 축적돼 있는 셈이다.
보통 전문의시험이 끝나면 출제위원들을 선발해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고 오래되거나 최신 지견과는 다른 문제들을 삭제한다. 대략 업데이트되거나 삭제되는 문항 수는 문제은행 전체 문항 수의 10%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의시험에 직접 출제되는 문제는 전문의시험일에 임박해 출제위원과는 다른 선택위원들이 2000∼3000문항 가운데 실제로 출제할 100여문항을 선택한다.
이때 선택위원들은 휴대폰 등을 빼긴 채 전문의시험이 끝날 때까지 외부와 격리된다. 이론상으로 출제에 관여한 위원들이라도 절대 문제를 유출할 수 없다.
그럼 A교수는 어떻게 문제를 빼돌릴 수 있었을까?
대략 추정되는 방법은 두가지다. 시험을 주관하는 외과학회 고시위원회가 문제를 출제한 위원을 또다시 선택위원으로 뽑았을 경우다. 전문과의 경우 한해 문제출제에 관여하는 위원은 많아야 20여명 내외다.
세부전공 분야로 위원들이 나눠지다보면 인력풀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자칫 문제를 만든 위원이 문제를 선택하는 위원으로 뽑혔을 가능성이 있다.
연초에 자신이 만든 문제를 제자들에게 알려주고 시험일에 임박해서 선택위원이 돼 자신이 만든 문제를 선택하면 결과적으로 문제를 유출한 것이 된다. 하지만 위원 한명이 출제할 수 있는 문제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제한적이라 이번과 같이 제자들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맞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선택위원으로 문제를 선택한 후 격리된 장소에서 문제를 몰래 빼돌리는 방법이 있다. 격리장소가 비교적 허술하게 관리돼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을 쓸 수 있으면 문제 유출이 가능해 진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문제유출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조사권이 있는 검찰이 문제유출 경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경과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