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혜와 양보의 정신 중요..조정·중재보다 정확한 '감정' 우선
"의료계와 제도개선 논의 구조 만들 것"..의사, 환자 윈윈 구조로
의료계의 반대이유에 "일리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호혜와 양보의 정신으로 환자와 의사 모두 윈윈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며 이해를 구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을 비롯해 의료계와의 대화에 적극 나설 계획도 밝혔다. 분쟁조정법은 8일부터 시행된다.
추호경 원장은 서울대(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지검 고등검찰관과 법무부 법무심의관·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을 역임했다.
의료분쟁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한의료법학회·대한보건협회·보건복지부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의료·보건 분야에 관한 논문을 남겼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보상재원을 왜 의사가 부담해야 하나?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보상재원을 마련하면 의사는 안전한 환경에서 분만을 할 수 있고 환자는 의료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재원마련을 위해 분만건수당 2862원이 든다. 전체 분만비 89만원의 0.23%다. 서로 윈윈하기 위해 재원마련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실이 없는데도 보상기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위헌소지가 없다고 보나?
-(위헌소지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시각에 따라 위헌여지가 있다고도 없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 운영을 통해 어떤 좋은 점들이 의사와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지 고민했으면 한다. 의사들의 반대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안이 없어진다면 의료계가 가장 손해볼 가능성이 있다.
한해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 30억원이면 정부 차원에서는 그리 큰 액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재원을 다 책임질 수 없나?
-국가가 어느정도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안은 중재원장이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재원장은 중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자리다.
다만 스웨덴이나 뉴질랜드처럼 국가가 국민의료를 전부 책임지는 의료사회주의 시스템을 채택한 나라를 제외하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재원을 전부 책임지는 국가는 없다는 점은 집고 넘어가야 한다.
중재파기를 선언하고 중재과정에서 얻은 의료기록과 감정서 등을 가지고 소송에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높다.
-중재 중 제안한 발언들이 소송에서 활용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여러 안전장치들을 고려하고 있다.
발언보다 중재를 위해 의료기관이 선의를 갖고 제출한 자료가 중재 파기 후 소송에 쓰이는 것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천적으로 중재과정에서 얻은 자료를 소송에서 활용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나?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중재원의 공신력이다. 중재원의 결정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의료소송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의사와 환자들에게 인식되면 중재원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중재 파기를 하고 의료소송으로 가는 것보다 파기를 안하고 중재 결정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 뿐 아니라 법조인과 비영리단체 관계자 등도 참여해 의료과실 여부를 따지는 감정부 구성이 부당하다는 시각이 있다.
-감정부 5명 가운데 의사가 2명이다. 법조인이나 비영리단체 관계자 보다 많다. 결국 전문성이 강한 의사가 감정부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일 의사 수를 지금보다 늘린다면 오히려 환자측이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해 중재결정의 공신력을 떨어트릴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환자측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결정형태를 띠는 것이 중요하다.
-조정이나 중재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확한 감정이다. 정확한 감정이 전제돼야 환자측이나 의사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거다.
그래서 감정부 구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론도 강하고 임상경험도 풍부한 훌륭한 의사들을 감정부로 많이 모시려 한다.
자질이 훌륭한 의사들을 감정부로 모시려해도 의료계의 반대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고사하는 모습이 많아 사실 좀 어렵다.
감정을 해 줄 좋은 의사를 중재원이 확보하는 것은 중재원 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의료계는 분쟁조정제도에 대해 이미 반대 기류가 강하다.
-의료분야 변호사로 오랜 생활을 하면서 가족을 잃은 환자들이 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의사를 압박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도 오해와 소통부재로 고통을 겪는 의사들이 안타까웠다. 중재제도를 잘 운영해서 의사들이 마음놓고 진료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물론 중재제도가 첫해부터 아무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환규 의협 회장 당선인은 물론 산부인과학회·의사회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려 한다. 제도 시행 1년이 지나면 의사와 법조인 등을 모아 제도 개선안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호혜와 양보의 정신을 살려 의사와 환자 모두가 윈윈하는 중재제도를 만들기 위해 의료계가 많은 조언을 해 줬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