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근로능력평가기준 규정 전부개정안 행정예고
의료계 "한의사 진료영역 확대 주장 빌미줄라" 우려

정부가 한의사의 근로능력평가 진단서 발급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능력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전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근로능력평가란 수급자의 근로능력 유무를 판정하는 업무로, 의료인의 진단에 따른 '의학적 평가'와 국민연금공단이 수행하는 '활동능력 평가'가 주요 척도가 된다.

이 중 의학적 평가를 결정짓는 잣대가 되는 것이 의사가 발급한 '근로능력용 진단서'인데, 현행 규정은 의사직종에 한해 진단서 발급을 인정하고 있다.

'의학적 평가'를 '의료법에 의한 의사가 의학적 평가기준에 따라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에 평가대상 질환별로 단계를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 진단서 발급 주체를 의사 직종으로 제한한 것.

그러나 정부가 새로 내놓은 안에서는 진단서 발급의 주체를 '의사 또는 한의사'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의학적 평가의 정의를 '의료법에 따른 의사 또는 한의사가 발급한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 및 진료기록부 등을 검토해, 의학적 평가에 따라 평가대상 질환별로 단계를 정하는 것'으로 규정, 한의사 또한 진단서 발급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의학적 평가 자문위원이란, 의학적 평가를 실시함에 있어 자문을 구하기 위해 공단에서 위촉한 의사 또는 한의사를 말한다'는 내용의'의학적 평가 자문위원' 정의 규정도 새롭게 추가해, 한의사가 평가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정부는 한의사가 발급할 수 있는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의 범위를 11개 평가대상 질환 가운데 근골격계와 신경기능계 2가지로만 제한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경우 진찰과 진료는 한방기관에서 받으면서도 근로능력평가 진단서는 의료기관에 가서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면서 "이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한방 의료기관 이용이 많은 근골격계와 신경기능계에 한해 진단서 발급을 허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의료계는 이번 조치가 한의사의 진료영역 확대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어떤 질환에 대해 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다는 의미는, 그 주체가 해당 질환에 대한 진단 및 치료권한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양방 침탈을 시도하고 있는 한의계에 진료영역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