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근로능력평가 기준 개정 '반대'..."진단서 남발로 재정 낭비"
기초생활수급자의 의료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근로능력평가'를 한의사도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침에 대해 의협이 반대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근골격계·신경기능계 질환에 대한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 발급 주체를 기존 '의사'에서 '의사 또는 한의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근로능력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전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5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한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하게 될 경우 진단서 발급 남용에 따른 부정 수급권자 양산과 그에 따라 국가 재정 낭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우선 근거중심의 의학적 전문성이 없는 한의사의 진단서 발급으로 인해 왜곡된 진단 평가가 나올 것을 우려했다.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한의사가 근골격계·신경계 질환 진단에 필수적인 영상의학적 검사, 근전도 검사 없이 진단서를 발급할 경우 사실과 다른 평가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방의 치료 기준이 환자의 기능 저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기존에 의료급여 수급 대상이 아닌 사람이 한방에 눈을 돌려 편법으로 등급을 받는 부작용도 우려했다.
특히 의사와 한의사 모두 진단서를 발급할 경우 동일한 환자가 서로 다른 진단서를 발급 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진단서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는 진단서 발급체계 자체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로능력 평가는 세계 여러 나라와 호환성을 가진 장애진단 기준을 적용하는데,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한방의 장애진단이 도입될 경우 한국의 장애진단이 장애인 올림픽과 같은 국제 행사에서 공신력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불필요한 급여 수급권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 국가 재정의 심각한 낭비를 초래하고, 실질적으로 급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부작용도 우려됐다.
의협은 "지금까지 한의학적 평가기준 도입에 대한 객관적으로 타당한 근거나 한의학을 기반으로 한 독립적인 근로능력 평가 연구 결과는 전무한 형편"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국가의 행정력 및 예산의 불필요한 낭비를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협은 근로능력평가 기준의 핵심인 EBM(근거중심의학) 기반의 '의학적 평가기준'을 마련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2010년부터 의사가 주체가 되는 진단서 발급 제도를 도입했다"며 "현행 제도를 계속 유지해 의사의 전문가적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