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무리한 부대조건 요구·불성실한 태도가 파행 불러"

"공단 무리한 부대조건 요구·불성실한 태도가 파행 불러"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2.10.1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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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급 2013년 수가협상 '결렬'…치과와 건정심 行
병원·약국·한방은 부대조건 전제로 2.2~2.9% 인상 합의

 
치열했던 '쩐(錢)의 전쟁'이 막을 내렸다.

일단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와 한방의료기관 대표인 대한한의사협회, 약국들을 대표하는 대한약사회는 각각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수가협상을 타결해 2013년 올해보다 2.2~2.9% 인상된 수가를 적용받게 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와 치과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대한치과협회의 경우 합의를 이루지 못해 오는 추후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수가를 결정받게 됐는데, 양 단체 모두 수가협상 결렬의 책임이 공단에 있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논의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병원·한방·약국 등 협상 체결…2.2∼2.9% 수가인상 합의
공단과 각 유형을 대표하는 공급자단체들은 17일 자정을 기해 2013년 수가자율협상을 모두 마무리 했다.

수가자율협상을 통해 2013년 요양급여비용 유형별 수가계약을 체결한 유형은 병원과 한방의료기관, 약국 등으로 이들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노력 등 부대결의를 함께 하는 조건으로 모두 전년보다 다소 상향된 수준에서 수가계약을 맺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병협의 적극적인 대시.

지난해 공급자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공단과의 수가협상에 실패했던 대한병원협회는 올해 심기일전한 듯 5개 주요 공급자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공단과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병협은 ▲비급여를 포함한 진료비 실태조사에 협조하고 ▲만성질환자 등 노인의료비 절감 노력을 기울인다는 부대결의를 하는 조건으로 2.2% 수가인상에 합의해 5개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파이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수가인상에 따라 병원에 투입될 추가소요 재정은 3138억원으로 전체 수가인상 예산(6364억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병원은 지난해 협상타결에 실패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1.7%, 2158억 수준의 수가인상을 결정 받은 바 있다.

약사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지불제도 개편의 구체적 대안으로 진료비 포괄화 연구와 예측가능한 지불제도 모형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주요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2.9%의 수가인상을 얻어냈다. 약국에 추가투입되는 비용은 657억원 정도다.

한방의료기관 또한 약국과 같은 조건으로 2.7% 수가인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방의료기관에 추가투입될 금액은 413억원 수준이다.

약사회와 한의협은 지난협상에서 2.6% 수가인상에 도장을 찍은 바 있다.

한편 공단이 이번 협상에서 굴린 돈은 지난해보다 1500억원 가량 늘어난 6364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공단과 협상을 타결한 3개 단체의 경우, 넉넉해진 곳간과 부대조건 수용에 따른 일종의 인센티브로 작년보다 크게 높아진 수준에서 수가협상을 마쳤다.

공단, 성분명처방·총액계약제 수용 안하면 2.4%…의협 '거부'
의협과 치협은 건정심행을 택했다. 양 단체는 공단이 제시한 부대조건을 모두 거부했다.

의협과 치협은 공단의 불성실한 협상태도가 협상 파행을 불렀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무리한 부대조건 수용요구가 협상 파행의 도화선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 의협은 8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17일 오후 10시경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하기까지 모두 4차례 공단을 만났다.

의협은 협상 초기부터 저수가로 인해 일차의료기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수가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협상단은 전체 진료비 가운데 의원급이 가져가는 몫이 2001년 32.8%에서 지난해 21.6%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 또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률이 6%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점 등 객관적인 지표들을 제시하며 공단 측을 설득했다.

이에 대한 공단측의 답변은 재정확보와 운용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대폭적인 수가인상은 어렵다는 것.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지만 여기까지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신경전, 공방전 수준으로 협상 가능성은 열려있었다.

그러나 2차 회의, 공단이 성분명 처방과 총액계약제, 차등수가제 등 부대조건의 수용을 수가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나서면서 협상장의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과 총액계약제 등 부대조건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으나, 이어진 3차 회의에서도 공단이 제한적 성분명 처방 수용을 일종의 인센티브성 수가인상의 조건으로 밝히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이 문제를 놓고 팽팽히 대립했고, 협상 막바지 의협의 요구에 따라 부대조건을 모두 철회한 상태에서 각자의 '마지노선'을 공개하는 최종담판에 나섰으나 간극이 너무 커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의협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실을 고려해 3% 대의 수가인상을 요구했으나, 공단 측은 지난해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2.4%의 수가인상률을 고수했다.

의협 협상단은 회원들에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공단의 불성실한 협상태도로 인해 원활한 협상에 이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윤용선 의협 보험의무전문위원 "협상팀이 공단이 요구한 성분명 처방 요구를 부분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는 오해를 부를 정도로 마지막까지 협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공단이 제시한 수치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면서 "협상이 결렬된데 대해 회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윤 위원은 "공단은 터무니 없는 수준의 수가인상률을 제시했고, 협상과정 중 계속해서 성분명 처방과 총액계약제 등 받아들일 수 없는 부대조건의 수용을 요구했다"면서 "공단이 협상의지가 없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무리한 부대조건 요구, 협상파행 불렀다"
사상 처음으로 공단과의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 건정심 행을 택한 치협도 공단의 불성실한 협상 태도가 파행의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치협 마경화 보험부회장은 "공단이 협상과정 중 계속해서 부대조건 수용을 요구했다"면서 "수가협상을 논하는 자리에서 왜 부대조건을 내세우느냐.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 부회장은 특히 협상과정 중 공단 협상팀이 치협 팀에 결례가 되는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단의 협상태도를 문제삼고 부대조건을 받지 않겠다고 맞선 양 단체에 대한 공단의 대접은 타 단체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부대조건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이들 단체에 공단이 내놓은 최종 '패'는 전년도에 비해서도 턱 없이 낮은 수준.

공단이 재정운영위원회에 보고한 협상결과에 따르면 의협은 공단과의 최종 협상에서 부대조건 없이 3.0%의 수가인상을 요구했으나, 공단은 2.4%의 수가인상률을 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치협이 제시한 최종 수가인상률은 2.6%, 공단 제시 수치는 2.5%였다.

의협과 치협은 지난해 각각 2.8%와 2.6% 수가인상에 합의했었다는 점, 공단과 치협의 최종수치 차이가 0.1%, 10여억원 차이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단이 부대조건을 거부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무조건 전년도보다 낮은 수준에서 인상폭을 묶어두는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공단 조차도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고 시인했을 정도.

한문덕 급여상임이사는 수가협상 결과 브리핑 과정에서 "제도개선 염원이 크다보니 부대조건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의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라며 "단체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부대조건을 내세우다보니 협상의 진정성을 의심 받는 일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협상 결렬 책임 누구? 건정심 논의과정 쟁점될 듯
의·치협과 공단과의 협상이 결국 파행으로 끝나면서 결국 2013년 의원급 의료기관과 치과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결정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건정심은 통상적으로 수가협상이 결렬된 유형에 대해서는 수가협상 결렬의 책임을 물어, 일종의 패널티로 공단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수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수가인상률을 결정해왔다.

다만 의협과 치협이 이번 수가협상 결렬의 책임이 공단에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상황이어서, 공단과 의협 중 어느쪽에 패널티를 줘야할지가 향후 건정심 논의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과 치협 수가인상률을 결정할 건정심 회의는 1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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