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보장성 계획 수정 제안...고운맘 카드 한방 사용 허용도
초음파 급여화는 암 등 중증질환 중심으로 '단계적 시행' 가닥
정부가 보장성 강화방안의 하나로 내년 최대 2000억원의 추가 재정을 투입해 한방 급여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한방 의료기관 진료비 총액이 8864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여확대 사업이 승인될 경우 한방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파이가 1.3배 가량 순증된다.
22일 복수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19일 열린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보장성 확대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날 건정심 위원들에게 건보 재정흑자분을 고려해 기존 계획보다 보장성 강화범위를 확대, 내년 보장성 강화정책에 모두 1조 2000억원~1조 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한방 급여화 2000억원 투입...고운맘 카드 사용처에 한방 기관 추가
기존의 보장성 강화안에 추가적인 '옵션'들을 넣겠다는 것인데, 그 대표적인 예가 한방 급여 시범사업 정책이다．
정부는 근골격계 질환과 수족냉증 등 노인과 여성·아동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 상병 중심으로 한방 보험급여를 한시적으로 시행하자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여기에 최대 2000억원 한도 내에서 대표상병을 정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자는 안을 냈다．
고운맘 카드의 사용처를 한방 의료기관까지 확대하는 안도 제안됐다．
정부는 이날 건정심에서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사업에 쓰이는 고운맘 카드 이용기관을 한방의료기관까지 확대해, 임신과 출산 활용 의료서비스 범위를 기존 의과에서 한방의료기관까지 확대하고, 이용범위 확대에 따라 지원금액 또한현행 50만원에서 60만원(다태아 70만원→80만원)으로 확대하자는 안을 냈다．
이에 소요되는 추가재정은 500억원 정도로 예상됐다．
양 방안이 모두 확정될 경우 내년부터 한방 의료기관에 최대 25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된다. 이는 한방 의료기관의 수가를 16% 가량 추가로 올린 것과 같은 효과．
실제 한방 의료기관은 올해 공단과의 협상을 통해 2.7%의 수가인상에 합의해, 418억원의 추가재정을 확보했다. 이에 대비해 계산하자면 한방 급여화에 2000억원이 투입될 경우 수가가 추가로 13% 인상되는 효과가, 여기에 고운맘 카드 용처확대로 500억원의 재정까지 더 가져온다면 추가로 3% 가량의 수가인상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 밖에 정부는 △간암과 위암 치료제 일부에 대한 본인부담 경감(1030억원) △케모포트 니들 치료재료 일부 급여전환(47억원) △결핵진단검사 일부 급여화(110억원) △장애인 자세유지보조기구 및 배뇨기기 구입비 지원(100억원) 등을 신규 보장성 확대항목으로 제안했다．
신규 보장성 강화 예산 2/3은 한방 의료기관 몫...의협-정부 갈등 '반사이익'?
합산하자면 정부가 제안한 신규 보장성 확대 항목들에 투입되는 총 예산은 3800억원, 이 가운데 2500억원 가량이 한방 의료기관의 몫이 되는 셈이다．
유례없는 조치에 그 배경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표면적으로는 국민 편의확대, 보장성 강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간 갈등이 '한방 몰아주기식'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이어진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건정심에 보고한 항목별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 평가결과와 정부의 보장성 강화방안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괴리'도 단서 중 하나．
실제 정부가 건정심에 내놓은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 평가결과에 따르면 한방 복합제제 급여화, 한방 물리요법 급여화, 한약 급여화 등 한방 급여화정책이 차지하는 순위는 각각 18위와 19위, 23위에 불과하지만 당장 내년 보장성 강화계획에 반영됐다．
반면 B형간염 치료제 병용투여, 갑상선암 방사성요오드 경구투여시 항구토주사제, 발달장애 아동의 언어치료 등은 등은 전문가 평가결과 보장성 우선 순위 4위, 6위, 8위를 차지했지만 급여화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초음파 급여화 암 등 중증질환 중심으로 단계적 시행...골관절염 치료제 급여화 철회
한편, 정부는 이날 건정심에서 기존의 보장성 강화안에 대한 일부 수정안을 제안키도 했다．
초음파급여화 계획을 장기계획으로 전환하고, 골관절염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방안을 철회키로 한 것．
초음파 급여화는 재정추계 결과, 이에 투입되는 예산이 당초보다 1조~2조원 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로 암 등 중증지환 중심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이 제안됐고 골관절염 치료제 급여화는 대체약제가 존재해 급여확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각각 수정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초음파 검사에 투입될 예산도 당초 66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줄었다．
한방 급여 신설·초음파 급여화 방안 수정 등 정부가 제안한 보장성 강화방안은 오는 25일까지 진행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건정심은 22~24일 소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의원급 수가 및 내년도 보험료율·보장성 강화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뒤, 오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그 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