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A대학병원·B병원 등 의료사고 소송 원심 뒤집고 과실 인정
"시술 중 부주의로 장애·사지마비 발생…병원측 손해배상 마땅"
환자에게 중대한 장애를 발생시킨 의료사고에서 의료진의 술기상 잘못을 인정한 상급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병원측 책임이 없다고 본 원심을 뒤집은 판단이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고등법원 제17부는 의료진이 조기 제왕절개 수술을 무리하게 시행해 장애아를 출산했다며 산모측이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가족 위자료 등을 포함해 39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허아무개씨는 2007년 양수과다증이 진단돼 2차례에 걸쳐 양수감소술을 받던 도중 출혈 증상으로 임신 25주차에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현재 쌍둥이 중 한 아기는 발달장애·정신지체 상태이며, 다른 한 아기는 보행 시 불편이 남아 있는 상태다.
재판부는 "양수감소술을 시행할 때 바늘이 태아의 신체, 태반 등을 찌르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자궁 내 출혈을 발생시킨 것"이라면서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당시 재태기간이 25주 3일에 불과해 인위적 조산을 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뒤따르리라는 점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성급하게 분만시킴으로써 현재의 장애에 이르게 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 당시 의료진이 자궁수축 억제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했음에도 조산 징후를 나타내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책임범위는 30%로 제한했다. 1심에서는 산모측 주장이 모두 '이유 없음'으로 기각 당했었다.
재판부는 최근 파킨슨병 치료로 뇌심부자극술을 받던 중 뇌출혈이 발생해 사지마비 상태가 된 환자측이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원심을 깨고 의료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CT·MRI 촬영결과 뇌 위축외에 비정상적 혈관에 대한 소견은 없었다"며 "심부 뇌좌표 설정 기구를 정확하게 조작하지 않거나, 전극선 삽입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뇌 소동맥을 파열시켰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환자의 현 증상이 수술상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못하는 이상 의료진과 병원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환자가 파킨슨병 진단 후 5년이 경과했고, 당시 상태가 수술적응증에 해당했던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앞서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병원이 뇌심부자극술 시행 중 좌표설정이 잘못된 상태에서 시행됐다거나, 술기상 잘못으로 뇌 소동맥을 파열시켰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환자측 청구를 기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