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시장 특수 기대 다국적 제약사 발빠른 움직임
동네의원은 환자쏠림에 재원쏠림까지..정부 "대책 마련하겠다"
5년동안 약 9조원을 쏟아붇는 암·심장·뇌·희귀난치성 등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이 발표되자 보장성 강화계획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4대 중증질환 진료와는 거리가 있는 동네의원은 수혜대상에서 발표 전부터 멀어지는 분위기다.
4대 중증질환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은 비급여 진료를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고가의 항암제 등이 대거 급여권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여 제약사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은 4대 중증질환 특수가 기대된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에 따라 현재 급여되지 않는 고가 항암제가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약가협상 절차를 거쳐 급여권으로 편입된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현재 급여되고 있는 항암제에 대한 보험약제 급여기준을 확대하고 비급여되고 있는 항암제는 경제성 평가와 약가협상을 거쳐 단계적으로 급여화한다는 방침을 26일 밝혔다.
항암제 특수 기대..이중가격제 도입 급물살
현재 급여하지 않는 항암제들의 급여화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제약사들과 가격협상을 벌어야 하는데 보험약가를 두고 밀고당기는 협상이 예상된다. 특히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 공약으로 반드시 급여화할 항암제들이 생기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협상과정에서 정부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커졌다.
보건복지부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 협상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법적인 압박수단도 확보하고 가격협상 방식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시범사업 중인 약가 '리스크 쉐어링(위험분산)'제도 도입이 빨라질 전망이다.
리스크 쉐어링은 '약가-사용량 연동제'나 '치료결과-약가연동제' 등의 형태로 표시 약가와 실제 약가를 다르게 하는 일종의 이중가격제도다. 한국의 약가가 아시아시장에서의 표준가격 역할을 하기 때문에 표시가격에 민감한 다국적 제약사와의 입장과 보험약가를 조금이라도 낮게 책정하려는 정부 모두 이중가격제를 원하는 분위기다.
분명한 것은 협상과정이 어찌되던 항암제들이 대거 급여되면서 항암제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계획이 발표됐을때부터 다국적 제약사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항암제의 급여검토 대상 여부를 예측하느라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 이유다.
동네의원, 환자쏠림에다 재원쏠림까지..우려
4대 중증질환 진료를 담당하게 될 병원계는 비급여 진료를 급여화 과정에서 발생할 진통을 우려하고 있다. 관행수가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수가가 책정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병협은 정부 발표 즉시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면서 수가와 적용 범위를 결정할 때 환자별 특성과 의료기관별 투입비용 등을 반영해야 한다"며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과 관련해 소위 '빅5' 병원들로부터 확보한 비급여 진료항목과 가격을 근거로 수가를 책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관행수가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가격이 비싼 진료들의 경우 대체가능한 급여진료로의 유도를 염두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수가책정 과정에서 가능하면 관행수가에 가까운 수가를 받으려는 병원계와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현재 4대 중증질환과 관련해 급여로 들어오거나 선별급여라는 항목으로 들어갈 비급여 진료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네의원은 걱정이다. 자칫 비급여였던 진료들이 급여권으로 대거 들어오면서 건보 재정 효율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건보 재정 효율화에 대한 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5년간 풀릴 9조원 중 동네의원으로 들어올 몫은 그다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는 이미 추가재정 투입없이 건보 누적흑자분과 건보재정 관리를 통해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정부도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등으로의 재정쏠림 현상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해 일차의료 활성화와 대형·중소병원의원 공생발전 계획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보건복지부는 "보장성을 확대하는 질환은 대부분 중증이다. (일차의료)에 아무런 영향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