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난동 CCTV 영상 공개...의사들 '경악'
합의금 100만원..."차라리 대놓고 우롱하라"
의료기관내 폭력행위에 대한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응급실에서 의사를 무차별 폭행하는 CCTV 영상이 또 다시 공개돼 의료계의 공분이 일고 있다.
모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 중인 N씨는 1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병원 응급실 CCTV 녹화 영상을 올렸다. 1분 8초짜리 영상은 응급의학전문의로 보이는 여의사가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약 25초 뒤 진료를 마친 소아 환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 때까지 옆에서 의자에 앉아있던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갑자기 의자를 집어들어 의사의 얼굴에 집어던진다.
전혀 뜻밖의 상황에 의사는 무방비 상태로 가격 당하고, 가해 남성은 인근에 놓여있는 집기를 의사의 안면을 향해 던진 뒤, 또 다시 의자를 집어 던지려는 순간 동료 의사가 달려 들어 저지한다.
가격 당한 전문의는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옆 방으로 피신하고, 가해 남성은 분이 안풀린듯 수 차례 의자와 집기를 내던지며 난동을 부린다.
동영상을 올린 남 씨는 "(공격 당한 의사는) 심성이 착하고 환자 보는 일이 좋아서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선배"라며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급한 자기를 놔두고 앞서 진료 받고 있는 소아를 먼저 진료했다는 이유로 선배의 안면에 의자를 날리고 닥치는 대로 폭행하며 집어 던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배는) 소탈하게 웃는 마음씨 착한 사람인데,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낯 모르는 이가 던지는 의자 모서리를 받아내야 했다"면서 "감당할 수 없는 폭언과 미움, 위협, 인격을 무시하는 괴성, 증오를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남 씨에 따르면 환자로부터 공격받은 의사는 머리를 수 바늘씩 꿰메는 중상을 입었으며, 난동을 말리던 동료 의사들과 병원 직원들도 타박상을 입었다. 하지만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단 돈 100만원에 가해자와 합의한 것.
남 씨는 "가해자가 당연히 폭행죄로 잡혀가서 처벌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병원 측에서 합의를 종용해 피해자(의사)가 다 합의해 줬다"고 밝혔다. 또 응급실 폭력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응급의료에관한법률은 적어도 당시 사건에는 무용지물이었다며 한탄했다. 특히 "결국 살인 미수죄가 아니라 100만원짜리 폭행이었다"며 "차라리 대놓고 우롱했으면 했다"고 망연자실한 심경을 토로했다.
남 씨는 "법의 기본은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많은 고통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가해자는 다시 술을 마시고 '내가 의사 좀 때리고 백만원쯤 쥐어 줬지' 라며 호탕하게 웃고, 피해자는 몇 달이 지나도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하는,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허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