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일제약 리베이트사건 관련, 복지부 "의사가 입증"
의료계 '의사 죽이기' 반발...의협 "기본권 무시"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는 증거를 의사 스스로 증명하라는 보건복지부의 태도에 대해 의협이 강력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건일제약 등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제약사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작성한 범죄일람표 형태의 명단에 따라, 300만원 이상 리베이트 수수 의ㆍ약사 1000여명에 대한 2개월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올 하반기에 강행하겠다 입장을 밝혔다.
특히 복지부는 행정처분 대상자 상당수가 리베이트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보건복지부도 배달사고 가능성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는 증거를 행정처분 대상자가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은 "행정청의 기본 의무를 방기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14일 "법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고, 상식적으로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벌을 내리려면 어떠한 범죄행위 때문에 처벌을 한다는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확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해서 필요한 범죄 사실 입증 노력조차 포기하고, 오히려 처벌 대상자에게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정처분은 국민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주는 행정행위이므로 신중한 검토와 철저한 사실확인 등을 거쳐 처분을 내리도록 법에서 엄격히 절차를 정해놓고 있는데, 이러한 법의 기본정신과 상식에 어긋나게 행정처분 대상자가 스스로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노 회장은 "만약 이와 같은 문제가 의사가 아닌 다른 직역에서 발생했을 때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반응할 것인가 라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그래서 항간에는 '의사 죽이기'가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다"고 꼬집었다.
의사 스스로 증거를 제출하라고 발언한 복지부 담당자의 경솔한 처신도 질타했다. 노 회장은 "행정처분 결과에 따라 1000여명의 의·약사가 생업을 중단해야 하는 사안이며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지대한 상황이기 때문에 담당자로서 언사를 조심해야 했다"며 "경솔한 처사로 인해 정부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은 더 커져만 가고 감정의 골은 깊어져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의협은 의산정협의체를 통한 합리적인 제도개선의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리베이트에 대한 논평이나 대응을 자제해 왔다"면서 "그러나 만약 보건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 사실이라면 의료계는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