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보도 이후 "억울하다' 호소 의사 줄 이어
정부 "문제없어"... 법조계 "문제 여지 있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취업과 의료기관 개설을 10년간 제한하는 아청법(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적용시점으로 인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현행 아청법은 성범죄가 적발된 때가 아닌 형의 확정 판결일을 법적용 시점으로 못박고 있어, 법적용 이전에 저지른 성범죄로 인해 취업과 개설을 10년간이나 제한받는 이른바 '소급적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사례에 대한 본지 보도 이후 자신도 동일한 처지에 놓였다며 호소하는 의사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30대 의사 A씨는 최근 2012년 6월 저지른 성범죄로 인해 사실상 의사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취업과 의료기관 개설이 10년간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아청법 시행은 2012년 8월 2일부터이므로 그 이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법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지에 연락해 온 40대 의사 B씨도 비슷한 상황에 빠졌다. 2011년 10월 강제추행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물었는데 약 10개월 뒤인 2012년 8월 2일 이후인 11월 의료인 등이 아청법상 취업·개설 금지 대상에 포함되면서 의료기관 개설 신청을 거부당했다.
의료인이 아청법에 따른 취업·개설제한 규정이 적용된 것은 2012년 8월 2일인데도, 어째서 A씨와 B씨는 법 적용 이전에 저지른 성범죄로 인해 취업·개설 제한을 급적용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일까?
이유는 취업·개설제한 적용 기준이 성범죄를 저지른 시기가 아닌 확정판결일을 기준으로 하는 조항때문이다. 아청법 제56조는 의료인의 취업이 제한되는 성범죄 적용 시기를 2012년 8월 2일 이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 받아 '형이 확정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의사 A씨의 경우 아청법에 의료인이 포함되기 전인 2012년 6월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같은해 9월 범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불과 한달여 차이로 10년 취업·개설 제한에 묶인 셈이다. B씨 역시 적용시점인 8월 2일 이후 3개월여 뒤인 2012년 11월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것이 빌미가 됐다.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청법 제56조의 적용시기를 확정판결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아청법의 취업·개설 제한 규정이 '형벌'이 아닌 '보완규정'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취업·개설 제한 규정이 형법에서 규정한 형벌이라면 죄형법정주의를 적용하는 것이 맞지만 취업·개설 제한규정은 아청법의 취지를 살리려는 보완규정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취업·개설 제한규정은 의료인을 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대상자가 될 환자들을 보호하려는 규정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취업·개설 제한 규정이 형벌보다 훨씬 가혹한 형벌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보완규정이라고 해서 죄형법정주의의 예외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게 의료계와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경권 의료전문변호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는 "보완규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형벌의 성격이 있는 만큼 소급적용의 부당함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소송을 통해 취업·개설 제한 효력을 중지시키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에 요청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불과 한달, 그리고 3개월 차이로 무려 10년간이나 의료기관 개설은 물론 취업까지 하지 못하게 된 A씨와 B씨는 일단 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아청법의 10년간 취업·개설 제한 규정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소급적용으로 낭패를 보고 있는 회원들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