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주고, 덜주고"...공단 수가연구, 올해도 무용지물

"더주고, 덜주고"...공단 수가연구, 올해도 무용지물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3.10.05 07:3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년 환산지수 연구보고서 공개...연구-협상결과 불일치 '여전'
연구팀, 수가조정 새 모형 제안...'진료량 통제기전' 포함 논란 예고

연구결과와 실제 수가협상결과는 올해도 달랐다.

매년 수천만원의 연구비용과 수개월의 시간을 쏟아붓고도, 정작 협상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현재의 수가연구방식을 '현실성' 있게 고쳐나가야 한다는 제안이 연구진들의 입에서 나왔는데, 갈 길은 멀어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4일 '2014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건보공단은 의료원가와 경영수지 등 해마다 달라지는 환경변화를 분석, 수가결정에 반영한다는 목표로 매년 의약단체와의 수가협상에 앞서 외부연구자 공모를 통해, 유형별 환산지수(수가)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 연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신현웅 박사팀이 맡았다.

연구결과-협상결과 '불일치' 올해도 재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의 목적은 객관성 있는 수가조정 근거를 마련한다는데 있지만, 연구결과가 실제 수가협상 결과와 일치하는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환산지수 산출방식의 한계로 인해 연구결과가 의료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근거보다는 상황에 치중하는 수가협상방식이 반복되고 있는 까닭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연구팀은 의료기관의 경영수지 변화를 기초로 하는 '지수모형', 의료이용량과 강도의 변화를 의료이용대상자수, 1인당 GDP, 법제도적 변화 등 환경변수와 연계해 산출하는 'SGP 모형'을 이용, 2014년 전체 요양기관의 평균 수가인상률을 -1.79%, -0.99%로 산출했다.

특히 지수모형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 종별에서 마이너스 인상률이 산출됐다. 병원이 -2.5%로 수가 인하요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왔고, 한방 의료기관이 -1.31%, 치과 -1.06%, 의원 -1.05%, 약국 -0.56% 등으로 뒤를 이었다.

연구결과대로라면 전 유형에 걸쳐 내년도 수가를 올해보다 오히려 인하해야 했다는 것인데, 최악의 경영난을 호소하는 일선 의료현장의 목소리와는 꽤나 동떨어진 얘기다.

그나마 SGR 모형에서는 병원을 제외한 다른 종별에서는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 이마저도 실제 협상과정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연구진이 SGR 모형을 이용해 내놓은 수가조정률은 병원 -4.35%, 한방 +0.39%, 치과 +1.6%, 약국 *2.52%, 의원 +2.95%로 실제 건보공단과 각 의약단체가 체결한 2014년 환산지수 인상률(병원 1.9%, 한방 2.6%, 치과 2.7%, 약국 2.8%, 의원 3% 인상)과 차이가 있다.

의원과 약국의 경우 연구결과와 협상결과간 차이가 크지 않지만, 이를 연구결과를 근거로 삼아 협상한 결과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종 협상결과는 연구팀이 내놨던 '유형별 차등'의 골격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

협상단이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그대로 수가결정 기준으로 삼았다면 병원과 한방, 치과의료기관의 수가조정률은 더 낮았어야 하며, 산출결과를 기본으로 따르되 전체적으로 연구결과보다 수가를 높여준 것이었다면 의원과 약국의 수가인상률은 더 높았어야 한다.

SGR 모형에 기반해 연구진이 내놓은 유형별 차등폭은 최대 7.3%. 그러나 협상결과로 나타난 유형별 수가인상률 최대 편차는 고작 1.1%에 불과하다. 

'공급자-가입자 상호협상'+'진료량 통제기전' 당은 새 모형 제시

연구팀은 현행 수가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수가조정 모형을 중장기적으로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각 모형의 한계점으로 인해 합의된 산출모형을 정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연구에서 계산된 환산지수 결과 값들이 실제 결정된 수가 값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면서 "가입자측 재정운영위원회와 공급자 모두 연구결과보다는 현실적인 협상요소를 중심으로 수가계약을 맺고 있어 수가연구에 대한 회의론 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팀은 "각 이해 단체들이 상호공감하고,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연구결과로 산출된 환산지수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고, 공급자와 공단 모두가 예측 가능한 수가 산출 모형이 필요하다"면서 이른바 '인정 가능한 인상률'에 '유형별 차등 증감률'을 더한 새 수가모형을 제안했다.

인정 가능한 인상률 모형이란, 공급자와 가입자가 모두가 수가에 반영할 만하다고 요구한 요소들을 취합한 뒤, 해당 요소들을 변수로 잡아 수가조정에 반영하는 방법.

공급자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관리비·재료비 등의 원가상승요인을, 가입자인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당해연도 건보재정과 당기수지·보험요율·보장성 확대 등을 수가조정에 반영할 변수로 제안할 수 있겠는데 무엇을 넣고 뺄지는 관련 연구와 양자간 합의를 통해 정리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여기에 종별 실제 진료비 증가율을 바탕으로 종별 수가에 차등을 두는 '유형별 차등 증감률' 모형을 더해 최종적인 수가인상율을 결정하자고 덧붙였다.

요양기관 종별로 여러기지 증가요인을 반영해 일단 유형별로 적정한 진료비 증가율을 정한 뒤 실제 진료비 증가율과 이를 비교해 그 차이를 수가에 반영하는 것이 모형의 핵심인데, 실제 진료비 증가율이 목표 증가율을 넘어서면 불이익을 받는 진료량 통제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어 향후 논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현행 수가모형은 진료량 통제 기전이 부재해 수가가 가격만 통제할 뿐 진료량이 증가하는 것을 막지 못해 매년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유형별 차등 증감률 모형은 과거 SGR 모형에서도 사용하던 방식이며, 중장기적으로 진료비 목표관리제에도 활용 가능한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