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의협회장, 10일 동반성장연구소 동반성장포럼 강연
보험료 인상하고, 1차의료 활성화…병원 경증진료 억제해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10일 동반성장연구소(이사장 정운찬·전 국무총리)가 주최한 제6차 동반성장포럼에 참석, "2002년 병원과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9%와 49.31%로 비슷했으나 10년이 지난 2012년 57.69%와 32.31%로 격차가 더욱 심화됐다"며 "매출의 격차는 경영난을 초래해 동네의원의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간 동반 성장'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노 회장은 "44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빅5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달한다"며 상위 5개 병원으로 쏠림 문제를 제기했다. "빅5병원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은 매출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인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노 회장은 대표적인 현상으로 간호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병원들의 구인난을 예로 들었다.
"대형병원 집중 현상으로 1차의료기관이 붕괴되고, 전문진료 과목을 지키기 보다는 미용성형으로 바꾸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료왜곡 문제를 짚은 노 회장은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인해 중소병원과 지방병원이 도태되고 이로 인한 의료접근성과 질 저하가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 회장은 "의료분야에 동반성장이 필요한 이유는 귀중한 국민의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산업보다 더 동반성장 문제가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형병원 집중현상과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원인으로 노 회장은 잘못 설계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수가의 평균 75% 수준에 불과한 저수가 정책을 들며 "대형병원은 낮은 수가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비보험·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 등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중소병의원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동반성장이 필요한 이유를 내세웠다.
노 회장은 동반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으로 "건강보험료 적정 수준 인상과 선택진료비를 급여화해 의료수가를 정상화하는데 사용해야 한다"며 "의원과 병원이 정부의 하부기관이 아닌 협력적 동반자 관계에 있다는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동반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노 회장은 대형병원이 중소 병의원들과 경증환자에 대한 외래진료를 놓고 경쟁하지 않도록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래진료 억제책 도입 ▲단순환자 비율 상한제 ▲병원 외래에 차등수가제 적용 ▲1차의료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육성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노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은 연구와 교육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중증질환 치료비를 대폭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평을 맡은 권용진 서울시 북부병원장은 "병원과 의원의 문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처럼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생태계의 관점에서 상생을 모색하는 것은 논의할 가치가 충분하다"면서 "의료공급자 자체적으로 분배의 규칙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병원장은 "소비자들을 위해 중소병의원들이 스스로 질을 높이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낮은 의료수가를 높이지 못할 뿐 아니라 대형병원 집중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권 병원장은 "계약 당사자간의 계약을 하지 못한 채 국가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후진적인 구조는 고칠 필요가 있다"며 불공평한 수가계약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정 이사장은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요한 의료분야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노 회장의 지적에 대해 "동반성장위에서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며 "동반성장연구소의 이번 포럼을 계기로 의료분야에도 대형병원과 중소병의원이 공존하면서 더불어 살 수 있는 동반성장의 가치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