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등 서비스산업 집중육성...기재부 산하 선진화위 '핵심'
여당·산업계 "경제활성화"...야당·의료계 "의료상업화" 대치
국회가 '의료산업화'를 놓고 극한의 대치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격의료 논란에 이어, 정부와 여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제정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여야간 첨예한 의견대립이 예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5일 당정협의를 통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다는 목표를 세웠다.
새누리당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부에 종합적인 경제활성화 대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을 포함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법안 중 하나로, 기획재정부가 지난 2012년 정부 입법으로 내놓은 안이다.
제정안의 핵심은 서비스산업의 집중 육성. 그 중심에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자리한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에 관한 중ㆍ장기 정책목표 및 기본방향을 정하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립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하며, 그 추진상황을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점검하도록 하도록 했다.
건강보험관련 정책결정과정에서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역할과 같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정책·계획 심의기구로서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둔다는 얘기다.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산하로, 기획재정부장관과 민간 위촉위원이 공동 위원장을 맡는다.
경제계도 법 제정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특히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장은 국회의 본격적인 법안심의에 앞서, 오는 15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포함한 10여개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국회에 촉구할 예정이다.
문제는 의료서비스 또한 동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데 있다. 이 경우 의료서비스, 특히 의료서비스산업과 관련된 각종 정책결정의 주도권이 기획재정부와 경제계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우려다.
야당은 이를 의료민영화 시도로 보고 적극 저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의료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영향을 받는 서비스산업의 범주로 포함시킬 경우, 의료상업화와 민영화를 가속화시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도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보건의료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 서비스산업 추진대상에서 제외하고,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관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의료서비스 분야에 대한 기재부의 입김이 세지는 것"이라면서 "가뜩이나 각종 보건의료제도와 관련, 경제 논리로 무장한 기획재정부의 간섭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 개정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야당과 보건의료단체들은 13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문제점을 공론화해 나갈 예정. 김용익 민주당 정책위 4정조위원장(복지위)과 김현미 정책위 2정조위원장(기재위)가 주최하는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보건의료 5단체가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