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추호경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원장
자료제출거부 벌금형 등 독소조항 완화 필요성 강조
분쟁조정 의무참여 제도 도입과 관련, 추호경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이 무조건 법적 규제 강화로 해결할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의료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추호경 중재원장은 1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무엇보다 의료계를 설득해 제도를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나간다는 것이 중재원의 목표"라면서 "환자 뿐 아니라 의사들이 안전한 진료환경에서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재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추 원장은 의료분쟁조정과 관련된 법·제도를 의료계를 설득하고, 의료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쪽으로 짜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법률적 규제를 늘리기보다는 의료계의 조정참여를 방해하는 법·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구체적으로는 의료계에서 독소조항으로 지적하고 있는 각종 형사처벌·과태료 규정을 개선해 조정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주장해 온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자료조사 방해에 따른 벌금형과 조사요구 불응에 따른 과태료 규정 등.
실제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르면 의료사고 조사를 위해 감정위원 또는 조사관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보건의료기관에 출입해 관련 문서 또는 물건을 조사·열람 또는 복사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경우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사고 조사를 위한 감정부의 출석요청에 불응하거나,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정당한 사유없이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소명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서도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의 주도로, 자료조사 방해 행위에 대한 벌금을 500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으로 전환하고, 조정 출석 및 자료제출·소명요구에 응하지 않은 자에 대한 과태료 규정을 삭제토록 하는 법 개정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태다.
덧붙여 추호경 원장은 분쟁조정제도를 소송 전 자료수집용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제도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은 신청인 또는 피신청인으로 하여금 감정서 등 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의료분쟁조정절차가 소송을 위한 증거수집절차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추 원장은 "조정과정 중 나온 진술이 소송에서 원용되지 않도록 법제화해 의료분쟁조정제도가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위한 제도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호경 원장은 "의료분쟁조정제도의 도입 취지는 환자의 권리보장은 물론, 신속한 구제로 의사들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든다는데 있다"면서 "의사가 분쟁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진료에만 전념한다면 방어적 진료, 과잉진료의 가능성이 낮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국민건강권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2년 4월 개원 이후 현재까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조정·중재 상담건수는 총 5만 6056건에 달한다.
이 중 실제 조정·중재 신청으로 이어진 사례는 총 1623건, 피신청인의 동의로 실제 조정이 개시된 사례는 593건(조정 참여율 39.1%)이며, 조정 개시된 사건 가운데 실제 조정이 설립된 사례는 337건(조정 성립률 87.8%)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