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선 의평원장, 2일 의료윤리연구회 '다른 나라 면허관리' 주제강연
면허관리기구 독립성 확보…직무윤리 훼손했을 때 반드시 자율규제해야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조합 성격의 '의사회'와 자율규제를 하는 '면허관리기관'의 역할을 같이하고 있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두 가지 역할이 섞여있다 보니 어느 한 가지 역할도 충실히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고려의대 교수)은 '다른 나라의 면허관리' 주제강연을 통해 "의협이 집단의 이익과 전문직업성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보니 오히려 기관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 등 선진국의 면허관리 현황을 상세히 소개한 안 원장은 "전문직의 자율성은 스스로의 조정 기능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민간공공기구인 전문직단체에서 자율적으로 면허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영국의 민간면허관리법정기구인 GMC(General Medical Council)의 경우 산하에 '의사조사위원회'(MPTS)를 만들어 의사의 진료 적합성 청문과 판정을 통해 공공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진료를 제한하기도 한다"면서 "소원이 제기된 의사의 진료행위가 다른 환자에게 위해를 미치거나, 의사의 기본적 지식과 술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살인·강간·성추행 등 형사처벌 대상이거나, 면허등록의 제한(조건)을 준수하지 않았거나, 정신·신체검사를 거부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문제가 됐음에도 다시 신입생을 모집해 물의를 빚고 있는 서남의대 사태와 관련해서도 "영국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하면 법적인 판정이 나오기 전에 즉각적으로 교육을 중지시킨 후 재학생들을 다른 대학에 보내 교육시킬 수 있도록 했을 것"이라며 "지난해 17만 명의 영국 의사 가운데 67명이 의사면허를 박탈당했을 정도로 면허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법정단체로서의 의협과 회원의 의무에 대해서도 비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법정단체로서의 의협은 가입 또한 의무화 돼 있기 때문에 회비를 안 낸다는 것은 의사로서 활동을 하지 않거나 무임승차 외에는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은 안 원장은 "의협이 마음에 안든다고 회비를 안내는 것은 전문직의 직무윤리와 자율규제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의협은 강력한 의사조합의 역할을 맡아 회원의 권익과 신분을 보호하는데 충실하고, 별개의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를 만들어 전문직업성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직무윤리를 바탕으로 전문직 스스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직무윤리가 훼손됐을 때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를 만드는 것이 직업전문성 확보의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9월 출범한 의료윤리연구회는 의사로서 갖춰야 할 직업윤리를 공부하며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순수 연구단체. 매월 첫째주 월요일마다 의료윤리에 관한 강연회를 열어 직업전문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의료윤리연구회에 가입하고자 하는 회원은 다음카페(cafe.daum.net/ethicacademy/)를 방문, 가입신청서를 내려받아 팩스(02-3448-3999) 또는 전자우편(ihh@medimail.co.kr)로 보낸 후 하나은행 계좌(180-910023-76308 예금주:김재윤)로 연회비 10만원을 입금하면 된다. 단체는 50만원. 의료윤리연구회는 이미 가입하고 있는 회원도 가입신청서를 다시 제출해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