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회장 전국 순회 돌입...부산시의사회 가두행진
교수·전공의 동참 호소, 병원장들 "투쟁 공감, 지지한다"
정부의 원격의료·영리병원 추진 저지를 위한 의료계의 장외 투쟁이 부산에서부터 시작됐다.
부산광역시의사회(회장 김경수) 소속 회원 100여명은 4일 오후 5시 20분경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과 함께 서면 번화가 일대에서 가두행진을 갖고, 정부가 강행 추진하는 원격의료·영리병원 중단을 촉구했다.
회원들은 '국민건강 마루타냐, 원격의료 중단하라', '막무가내 관치의료, 설상가상 의료악법'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의료 전문가를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규탄했다.
이번 가두행진은 의협 비대위가 기획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의사들의 행진'에 맞춰 진행된 것으로서, 부산지역은 노 회장의 전국 순회 일정 중 첫번째 방문지다.
이날 노 회장은 가두행진에 앞서 고신대복음병원·동아대병원·부산대병원·인제대부산백병원 등 부산지역내 대학병원에서 교수와 전공의들을 잇따라 만나, 이번 대정부 투쟁의 목적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했다.
노 회장은 병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허용이 의료계에 가져올 폐해와 국민건강에 미치게될 악영향, 그리고 의료 왜곡의 근본적인 원인인 저수가 실태를 설명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의협의 대정부 투쟁 계획을 전했다.
노 회장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추진 중단을 시작으로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투쟁은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의 마무리이자 최후의 투쟁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장들은 의협이 투쟁 방향에 공감을 표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범 동아대의료원장 겸 병원장은 "어떤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시범사업, 여론수렴 등 기초단계가 필요한데,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현상태에서 이들 제도가 도입되면 '제 2의 의약분업'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특히 "(강력한 투쟁을 위해서는)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의협과 병협이 통일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우리들도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하나의 밀알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아대병원은 김성수 부원장이 직접 나서 오는 12월 15일 여의도에서 열리는 전국의사결의대회에 참석하는 전공의들의 조편성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상훈 부산백병원장 역시 의협의 투쟁을 지지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오 원장은 "왜곡된 의료를 바로잡고 관치의료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노 회장의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일개 민초 의사지만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12월 15일 여의도에서 열리는 전국의사결의대회에 나부터 꼭 참석하고 싶다. 우리 전공의들 중에도 참석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보내줄 것"이라며 "의사들도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신대복음병원 이상욱 원장과 부산대병원 정대수 원장도 현 의료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함께 하고 의협의 입장에 공감을 표했다.
부산지역 전공의들 역시 노 회장의 방문을 환대하며 대정부 투쟁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노 회장은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전공의들이 각각 모인 자리에서 "전공의들이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OECD 34개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의료이용률이 2배 높은데 반해 진료수가는 3분의 1~4분의 1 수준, 보건의료인력 수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저수가 체제가 유지되는 한 전공의들은 '값싼 인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의사들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바꿀 때가 됐고 더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의 강연을 들은 전공의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약사가 값 싼 약으로 대체조제하면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 제도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놀라움을 표하는 등 지금까지 몰랐던 의료현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 대정부 투쟁 로드맵 등 의협의 구체적이 투쟁 노선을 물으며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곽현덕(안과 3년차) 부산백병원 전공의 대표는 "수련기간은 전공의들에게는 짧게 지나치는 시간이지만, 한편으론 의료제도에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 가져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며 "투쟁은 전공의들이 뛰쳐나가는 것이 가장 큰 파급력을 갖는다. 우리들은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많지만 주어진 여건은 녹록치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부산시의사회 임원들은 노 회장의 방문 스케줄을 일일이 조율하고 진행을 직접 맡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강대식 부회장과 추교용 이사는 의원 문을 하루 닫고 노 회장을 직접 수행하며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김경수 부산시의사회장은 "오늘의 작은 투쟁이 커다란 들불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늘이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추진을 막고 건강보험제도를 바로세우는 결정적인 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노환규 회장은 이날 부산지역을 시작으로 내일과 모레 각각 창원·마산·울산·경주·대구 지역을 찾아 회원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번 순회 방문은 전국의사결의대회가 열리는 15일 이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