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자의무기록' 요건 미비…개인정보 변조로 볼 수 없다"
응급환자 처치 후 이미 작성한 전자의무기록에 환자 상태를 추가 기재한 의료진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단서 조항은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변조하지 않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23조 제3항. 당시 기록에 전자서명이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법상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변조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결론이다.
대법원 제1부는 최근 서울 마포구 소재 A병원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가 의료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사건에서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병원 의료진은 2008년 8월 계단에서 떨어져 두부열상을 입은 B씨에게 봉합 등의 치료를 한 후 퇴원 조치했다. 환자는 다음날 뇌출혈 증상을 보이면서 다른 병원으로 후송돼 한 달여만에 사망했다.
의료진은 B씨가 내원한 후 6일이 지나 병원 전자의무기록 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지연성 뇌출혈에 대한 가능성 설명하고 오심, 구토 증상 있을시 대학병원에 가보시라 함'이라는 내용을 가필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서 환자가 뇌출혈 증상을 보인 이후 병원측에 유리한 추가설명을 덧붙인 행위가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변조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진료기록부 작성·서명의무 위반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변조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의료진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서의 개인정보란 환자 이름·주소 등의 식별정보뿐 아니라 개인 건강과 관련된 내밀한 사항 등 의료내용에 관한 정보를 포함한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추가 기재했다는 종전 전자의무기록에는 인적사항과 의료내용만이 저장돼 있을 뿐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돼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면서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변조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환자를 진료한 당해 의료인은 의무기록 작성권자로서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기재를 위해 사후에 자신이 작성한 의무기록을 가필, 정정할 권한이 있다고 보인다"며 "문서변조죄에 있어서 통상적인 개념 등을 종합해보면, 의료인이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내용 일부를 추가·수정했다 하더라도 이 사건 규정이 정한 변조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