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수련병원 대상 '찬반' 설문조사 진행
급여 지급방안, 여러번 유급시 수련 박탈 등 조사
내년부터 전공의 수련 중 유급에 대한 규정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관련법에 명시되면서 대한의학회가 유급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운영할 것인지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전공의 유급제도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면 앞으로 전공의들은 수련평가결과에 따라 유급 시 유급 연차의 수련과정을 다시 거치게 되거나 다음 수련연차로 넘어갈 수 있다.
전공의 유급제도는 지난 10월 입법예고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에 따른 것으로, 이 법안 제9조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은 매년 전공의가 정해진 연차별 수련과정을 이수했는지 평가하고, 전공의가 해당연차 수련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경우, 그 연차의 수련과정을 다시 수련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수련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수련기간은 수련기간에 포함시키지 않고, 수련과정에 대한 평가를 관련 전문단체(대한의학회)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같은 조항에 따라 대한의학회는 최근 TFT를 구성하고 전공의 유급제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각 병원 수련부장들의 유급제도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전공의 유급제도 자체에 대한 찬반 ▲찬반의 이유 ▲유급제도가 시행시 연차별 평가를 통해 유급을 시행할 의향 ▲유급된 전공의에 대한 해당 기간 급여지급 방식 등을 묻고 있다.
특히 ▲수련기간 동안 몇 번 유급을 하면 해당과 수련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할 것인지 ▲유급된 전공의 인원이 차기년도 전공의 정원 책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유급제도 정착 시 병원 간 수련이동에 대한 의견 ▲연차별 수련과정에 대한 평가의 주체 등을 상세히 질문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항목은 유급된 전공의에게 해당 기간 동안 급여지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여러번 유급을 했을 때 해당과 수련을 받을 수 없는 것, 그리고 수련평가의 주체이다.
대한의학회는 급여지급과 관련해서는 △똑같이 주는 방안 △차등 지급하는 방안 △무급으로 수련을 받게 하는 방안에 대해 각 수련병원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만약, 차등 지급과 무급에 대한 의견이 많을 경우 해당 전공의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다음으로 여러번 유급 시 해당과 수련에서 탈락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몇번 유급을 받아야 이것을 적용할 것인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대한의학회는 수련평가의 주체를 놓고 △각 전문학회가 단독으로 평가를 할 것인지 △각 단위 수련병원이 단독으로 평가를 할 것인지 △전문학회 평가와 수련병원 평가를 참고해 평가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취합할 예정인데, 전문학회와 수련병원간에도 마찰이 예상된다.
이번 설문조사와 관련 김재중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지난주부터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유급제도에 대한 수련병원의 인식을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엇을 기준으로 유급을 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며, 결과가 취합되면 26개 학회와 수련병원 대표들이 운영방안을 최종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예전부터 유급제도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왔으나, 이를 적용시킬 관련법이 없어 논의만 됐었다"며 "앞으로 유급제도가 시행되면 전공의 수련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유급제도 적용이 너무 과하게 적용될 경우 전공의들의 불만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종방안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협은 이번 설문조사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성인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개정안에는 '유급'이라는 용어가 없는데 설문조사에서 '유급'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개정안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전공의가 병원에서 일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를 차등지급하거나 아예 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법에서 정한 기본임급 수준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유급이 된 이후 1년의 모든 과정을 재 수련받도록 할 경우 한 명의 전공의를 병원에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수련병원은 전공의가 유급이 되지 않도록 병원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지 단순히 유급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옳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