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3분의 2 찬성해야...24일 임총
적대적 M&A 막기위한 지분 싸움 예고
적대적 M&A 의혹을 사고 있는 녹십자의 일동제약 주식 대량매집으로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녹십자는 최근 일동제약 주식 315만주를 매집하면서 단숨에 일동제약 주식지분율을 29.39%로 높였다. 24일 열릴 임총에 지주사 전환안을 올린 일동제약으로서는 허를 찔린 셈이다.
지주사 전환의 경우 전체 주주의 2/3출석에 2/3가 찬성해야 가능하다. 단순계산으로만 67% 주주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녹십자 지분이 29.39%인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주주가 대부분 참석해 모두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손을 들어줘야 한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녹십자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지주사 전환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동제약이 지주사 전환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는 이번 주식대량 매집사태에서 드러났듯, 현 체제에서는 경영권 방어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강화해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은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일동제약측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듯 22일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이 나서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파트너"라며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녹십자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녹십자가 주식 대량매집에 나선 지난 21일 녹십자가 사전통보없이 적대적 M&A 나섰다며 비난하던 목소리가 불과 이틀만에 완곡해졌다.
일동제약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제약계 일각에서는 이미 29.39%의 주식지분을 가진 녹십자를 비난한다고 벌어진 상황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를 자극하기 보다는 지주사 전환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24일 임총 이후를 대비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의 요청에도 녹십자는 지주사 전환 반대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녹십자는 전통적으로 백신제제와 혈액제제 분야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전문·일반의약품 시장에서는 제약사 규모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M&A할 경우 비교적 손쉽게 전문·일반의약품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M&A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는 녹십자로서는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두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은 일단 24일 열릴 임총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지만 M&A건은 임총 이후 더 뜨거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동제약은 이제 지주사 전환이 아닌, 적대적 M&A를 방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와 일동제약은 임총 이후 지분확보를 위한 2라운드 전쟁을 치를 예정이다. 양측 모두 주식 매입을 위한 '총알'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승부가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