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림프절 전이' 검사로 수술 전 항암 방사선 치료 안해도 돼
칠곡경북대병원 대장암센터 연구결과…'미국대장항문학회지' 게재
현재 국제적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술 전 영상 검사에서 임상적 병기가 '암 침윤 정도(T-stage) 3기 이상'이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근치적 수술 전에 항암 방사선 치료를 시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림프절 전이는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암 침윤 정도만으로도 항암 방사선 치료를 선택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암 환자들은 병원에 처음 방문하면 앞서 언급한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따라 CT나 MRI 촬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밀 검진 장비들이 얼마나 예측 정확도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믿을만한 근거를 제시한 연구가 없다. 따라서 많은 외과 의사들은 CT·MRI 검사에 대한 정확성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칠곡경북대병원 대장암센터 연구팀(제1저자:박준석·장윤진, 교신저자:최규석)은 예측 정확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장암 조직에서의 MRI의 진단 정확도'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는 직장암 환자에서 수술 전 항암 방사선 치료 대상을 선택하는데 있어 정확도가 떨어지는 림프절 전이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암 침윤 정도만으르도 충분하다는 것을 제시, 학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MRI 검사를 통해 보이는 림프절이 실제 직장암 조직에서 보이는 림프절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가장 어려웠던 것은 수술 전 2차원 영상 이미지로 보이는 림프절을, 수술이 끝난 후 절제된 실제 조직에서 어떤 방식으로 1:1 매칭(matching)을 시킬 수 있는가 였다.
연구팀은 이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체외초음파를 이용한 '침 정위술 실험 기법'(ex-vivo sono-guided needle localization)을 개발했는데, 이 기법은 사진에서 보이던 림프절을 종양에서부터 거리와 방향을 추정해 초음파를 이용해 찾은 후 세침을 이용해 위치를 고정하는 기법이다.
연구결과 MRI는 암의 침윤 깊이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정확도 82.5%로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 인 것으로 분석됐으나, 림프절 전이의 예측에 있어서 약점을 드러냈다.
림프절 전이 여부 진단 방법의 중요 지표 중 하나인 감수성(sensitivity)과 양성 예측률(positive predictive value)이 60% 내외에 그쳐, 현재의 진단 방법의 한계를 보여준 것.
박준석 교수(대장암센터)는 "현재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침윤 정도가 2기 이하라 하더라도 림프절 전이가 MRI에서 의심되면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할 것으로 권장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결과는 림프절 전이를 제외해도 된다는 것을 보여줘 불필요한 항암 방사선 치료를 절반 정도 줄여 결과적으로 의료비를 감소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는 단순히 수술 전 MRI에 의한 림프절 전이 여부만으로 수술 전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과잉치료(overtreatment)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직장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교수는 "현재 영국 등 유럽에서는 암 침윤 정도만으로 항암 방사선 치료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국내에서도 림프절 전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하는 횟수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대장항문학회 공식 학회지인 <Disease of the Colon and Rectum> 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