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 "피해자·가족·구조인력 등 포괄적 치유프로그램 필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모집…정부·유관 전문가단체와 조기발견·대처키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세월호 여객선 재난사고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탑승자와 가족은 물론 구조인력 등을 위해 무료상담에 나서기로 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17일 "대형참사로 피해당사자 뿐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과 친지, 친구, 그리고 구조인력에도 심각한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며 "대구지하철 참사를 비롯한 재난사고 이후에 나타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오랜 기간 동안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는 만큼 외상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조기에 학교와 유가족 등 전체 구성원을 위한 포괄적 치유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장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이미 커다란 상처를 입은 피해자 및 관련자들에게 추가적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관련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장기간 장기간 지속될 경우 우울증 등 다른 정신장애가 동반되고, 심한 경우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저절로 회복될 확률은 매우 낮다. 치료받지 않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10년이 지난 뒤에도 40%가 회복되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학회 산하 100인 위원회와 대한불안의학회·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등을 중심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모집, 보건복지부·소방방재청·교육부 및 다른 유관 전문가단체와 협의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조기발견과 대처를 위한 무료상담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김영훈 이사장은 "사고 및 재난 상황 이후 급성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면 사고장면에 대한 악몽을 재경험하면서 작은 소리에 놀라고 잠을 들기 힘든 과각성, 외부활동을 못하고 사람을 피하게 되는 회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이러한 상태는 대개 사고 일주일 이후부터 차차 안정을 찾을 수도 있으나 한달 이상 장기화되면 만성적으로 증상이 지속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도 1∼2주 후에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며, 드물지만 몇 달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힌 김 이사장은 "일반적으로 10∼2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행하므로 불면증이나 불안·해리·혼돈 등 심리적인 문제를 보이는 경우 더욱 적극적인 치료와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사고초기에 피해자 및 관련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평가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만성화를 예방해야 한다"며 "위로와 함께 고통스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긍정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지와 함께 사회적 지지체계와 연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비롯한 치료제를 적절한 시기에 투여하고, 인지행동치료를 포함한 정신치료의 조기개입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