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강북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 세미나서 '현재와 미래' 진단
고려의대와 이공대, 생명과학대는 물론 반경 3km 이내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경희대학교, 의료원 등 10여개 이상의 기관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이러한 환경을 이용해 산학연 기술을 집적·융합하는 보건의료산업 플랫폼을 만들고,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 병원이 경제 활성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10년 전 처음 나왔다.
2005년 정부 신성장동력 육성이 막 물꼬를 틀기 시작할 때 고려대학교가 강남·북 균형 발전 차원의 의료정책을 제안하면서 당시 복지부 장관에 제출한 보고자료에서다.
선경 교수(고대병원 흉부외과·KU-KIST)는 26일 고려의대 유광사홀에서 '강북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지금은 보건의료 산업화라는 용어가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10여년 전에는 생소했던 개념"이라며 이 같은 보고 내용을 소개했다.
이날 그는 클러스터를 연구개발에서 임상, 시장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진입장벽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정의했다. '메디 클러스터'의 최종 목표는 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이 된다.
여기에서 병원과 대학, 연구소가 밀집한 강북 지역의 클러스터를 활성화하는 일은 날로 커지는 서울 강남과 강북 지역의 격차를 해소하는 사회·문화적 측면도 지닌다.
선 교수는 "인구 1인당 보건 및 생활환경 개선비 지출과 삶의 질 지수에서 강남 지역과 강북·도봉·노원 지역의 차이가 크다"면서 이미 구축된 강북의 클러스터 인프라를 활용해 메디폴리스를 만들고, 벤처창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기업이 참여하는 운용 방안을 설명했다.
이는 초기 정부 투자가 뒷받침된 조성기를 거쳐 민간기업의 재투자가 선순환되는 성장기와 성숙기로 이어져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강북지역 고용 및 취업을 유발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클러스터 기능을 담당하는 연구중심병원의 역할을 강조하며 전폭적 지원 의지를 보였다.
패널로 참석한 박인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공간적 근접성 외에 네트워크와 사회문화적 요소가 조화돼야 한다는 선 교수의 의견에 공감한다"며 "10년 전에는 이런 혁신적 제안을 일부에서 꺼리기도 했지만, 최근 연구중심병원 10곳을 선정하면서 어느 정도 기반이 형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그 동안은 정부에서 R&D 투자를 많이 해왔음에도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연계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병원을 중심으로 이를 산업화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업이 연구중심병원"이라면서 "고대의 경우 2곳이 선정됐는데, 나머지 8곳과 함께 중개임상과 산업화 전진기지로 육성해나가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