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했으나...대기업 제약사 줄줄이 철수

시작은 창대했으나...대기업 제약사 줄줄이 철수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4.07.0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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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케미칼 드림파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공시
태평양·롯데 이어 대기업 제약사 연이은 철수

대기업 계열사 한화케미칼이 제약산업 참여를 선언하며 90년대 후반 설립한 '드림파마'가 결국 다국적 제약사 '알보젠'에게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알보젠은 자회사 근화제약이 최근 시장에 나온 드림파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4일 공시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난해 말 자회사 태평양제약을 매각하면서 제약산업에서 철수를 선언한데 이어 드림파마마저 팔릴 것으로 보여 제약산업에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이 연이어 시장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드림파마 매각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한화케미칼이라는 대기업 계열 제약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드림파마의 성과에 물음표가 제기됐기 때문. 한때 '푸링'과 '푸리민' 등 향정신성 비만치료제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2010년 매출액 1006억원을 찍은 후 2011년 879억원, 2012년 855억원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11년 리베이트 제공혐의로 수사를 받은 후에는 매출 상승세가 급격히 꺽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한화케미칼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드림파마가 아닌 직접 맡겠다고 발표하면서 드림파마 매각이 예고되기도 했다.

드림파마 매각을 계기로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의 흑역사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역시 태평양제약을 올초 한독에 매각하면서 제약산업에서 손을 뗐다. 롯데제과가 2011년 롯데제약을 흡수합병하면서 제약산업 철수를 선언한 것까지 합치면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의 흑역사라고 불릴만 하다.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이 줄줄이 시장철수를 선언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외적인 요인과 내적인 요인이 동시에 지적되고 있다.

외적인 요인으로는 정부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실시한 약가 재평가와 그로인한 약가인하 정책으로 제약시장이 위축된 점이 꼽힌다.

시장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대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주저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는 평가다. 보건산업진흥원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내수 제약시장 성장률이 0.56%에 그치는 등 최근 3년간 성장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천문학적인 R&D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제약산업 분야를 만만하게 본 것 아니냐는 반성이 제기되고 있다.

드림파마나 태평양제약, 롯데제약 등은 설립 이후 모두 이렇다할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R&D 비용을 투입해 시장에서 실패할지도 모르는 약을 개발할 의지가 애초부터 부족한 것 아니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포인트다.

특히 드림파마와 태평양제약 두 곳 모두 지난해 리베이트 제공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힘든 신약개발보다 손쉬운 마케팅에 주력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의 연이은 시장철수와 인수합병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인수합병 필요성도 주목받고 있다.

중소 제약사들이 대부분이고 메이저 제약사라 해도 한해 매출액 1조원을 넘기지 못하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글로벌 제약사 탄생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방영주 서울대 임상시험센터장은 최근 열린 의협 종합학술대회 제약산업 관련 토론회에서 "신약 한개를 만드는데 7조원이 든다고 하더라 현재 국내 어느 제약사가 R&D에 7조원을 쏟아부을 수 있겠나? 국내 제약사들간의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워야 한다"며 인수합병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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