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안, "무증상 일반인 초음파 선별검사 근거 매우 낮다"
일부 학회, "단정적 판단 곤란…환자들에게 혼란 줘서는 안돼"
권고안 초안을 놓고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을 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조기에 진단할 근거가 부족해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격하게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오후 2시 국립암센터에서 보건복지부·국립암센터 주최로 열린 '갑상선암 검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무증상 일반인 대상 갑상선암 검진의 근거평가'(권고안)가 처음으로 발표됐다.
권고안을 발표한 김수영 교수(한림의대 가정의학과/갑상선암 검진 제정위원회 실무위원)는 이날 증상이 없는 일반인(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효과와 위해를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평가한 결과 "초음파 검사를 할 근거는 매우 낮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갑상선암 검진 제정위원회는 1년전부터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는 갑상선암 중증도를 낮추거나 사망 위험을 낮추는가?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위해는 무엇인가? ▲고위험군에서 갑상선암 선별검사는 갑상선암 중증도를 낮추거나 사망위험을 낮추는가? ▲효과가 있다면 고위험군 정의, 시작연령, 간격은?에 대해 각 나라의 가이드라인을 검토했다.
4가지 물음에 대해 제정위원회는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는 치료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이기 때문에 검진 기준 권고안에 포함시켜야 할 이유가 없어 제외시켰다.
반면,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는 갑상선암 중증도를 낮추거나 사망 위험을 낮추는가'의 경우는 여러 문헌을 고찰한 결과 무증상 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 검진의 이득에 대한 근거 수준은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위해는 무엇인가'의 경우는 선별검사의 유해에 대한 근거는 불충분하고, 일부 시술 관련합병증이 발생 가능하지만 전체적으로 드물고 관리가 가능하다고 권고했다.
이번 권고안(초안)과 관련 김 교수는 "무증상 성인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는 권고하거나 반대할 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해 '일상적'으로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검자가 갑상선암 검진을 원하는 경우 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후 검진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95% 이상의 갑상선암은 조직학적으로 갑상선 유두암으로 암의 진행이 매우 느리지만, 드물게 빠르게 자라는 갑상선암의 경우 검진을 통해 조기 치료를 받음으로써 질병의 중증도와 사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 "갑상선암 검진은 과잉진단의 가능성이 있고, 갑상선 암이 진단돼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 평생 갑상선 호르몬 보충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드물긴 하지만 지속적인 목소리 변화를 겪을 수 있고(1~3.5%), 부갑상선 기능저하로 인해 지속적인 칼슘제 복용이 필요한 경우(약 4%)도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에서의 고려사항에 김 교수는 "이 권고안은 무증상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목에 만져지는 혹 등의 임상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적절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며 "갑상선암 고위험군에 해당하거나, 이미 검사를 통해 갑상선 종양이 발견된 경우는 이 검진 권고안의 대상이 되지 않고 관련 진료지침을 따른다"고 말했다.
이같은 권고안에 대해 패널로 참석한 학회 관계자, 토론에 참여한 일부 학회 관계자, 그리고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찬성과 반대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지정토론에서 먼저 대한암학회를 대표해 나온 신상원 교수(고려의대)는 "어떤 나라에서도 무증상인에게는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는다"며 "초음파 검진으로 수술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불필요한 치료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암의 경우 사망률에 대한 위험성이 많지만 갑상선암은 사망률과 거리가 멀다"며 "검사와 연구도 할 필요가 없는 갑상선암에 대한 조기검진 논의는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갑상선 수술을 받은 한 환자는 "의사들이 수술이 필요없는 사람들에게도 무분별하게 수술을 해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조기검진에 초음파검사를 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한 교수는 "갑상선암을 검사할 때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수술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설명이 부족해서 오해가 생긴 것은 있지만, 여러 가지 예후를 고려할 때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는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한 관계자는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회 관계자가 배제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의사들이 모든 갑상선 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을 하고 있는데, 조기에 암을 발견해 수술이 필요한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권고안을 마련할 때 이같은 부분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욱 교수(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전 갑상선암센터장)도 "원인을 잘 모르는 가운데 무조건 수술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갑상선암 검진은 진료를 하는 의사들에게 그냥 맡겨두면 될 일이지, 일방적으로 갑상선암을 수술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조기검진에서 빼자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열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과장은 "여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권고안을 마련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힌 뒤 "오늘 공개한 권고안은 초안이며, 관련 학회 의견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총괄위원회에서 조만간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갑상선암에 대한 초음파 검사를 놓고 여전히 여러 가이드라인은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하는 것이 맞는지, 안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권고안 최종안은 쉽게 확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