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기획 FEV1만으로 보는 중증 COPD 급여기준, 충분한가?

학술기획 FEV1만으로 보는 중증 COPD 급여기준,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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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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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공동 정책간담회

중증 COPD 환자를 위한 급여기준의 합리적 개선

국내 10대 주요 사망 원인 중의 하나인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은 높은 유병률과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적은 실정이다. 2012년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서는 한국형 진료지침을 제시했고, 최근 중증 COPD 치료 약제 중 하나인 ICS/LABA 제제의 보험급여기준이 진료지침에 가깝게 개선되는 고무적인 변화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ICS/LABA 제제를 포함한 중증 COPD 치료제 간의 형평성에 대한 논의 및 국내 진료지침과 보험급여기준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논의의 필요성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의협신문>은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와 공동으로 COPD의 치료현황을 점검하고, 적절한 COPD 관리 차원에서 현재의 급여기준이 가진 한계점과 이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개선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7월 15일 '중증 COPD 환자를 위한 급여기준의 합리적 개선'을 주제로 열린 정책간담회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회자(김영숙 편집국장) : 급여기준 개선의 공론화가 시작됐다는 것 자체로 국내 COPD 관리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특히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의 주요 임원들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가 함께 참석한 자리인 만큼 COPD 치료 현황과 급여기준을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데 있어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제발표> 중증 COPD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COPD, 2020년 세계 질병 사망 원인 3위로 예상

▲ 연자 이진국 교수(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질환들은 환자의 인식도 높고 관리도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COPD는 사망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1990년도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 원인 6위였던 COPD가 2020년에는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의 질병 사망 원인 3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COPD의 관리 개선과 이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국내 COPD 관리의 문제점

국내에서는 40세 이상에서 남성의 5명 중 1명, 40세 이상 전체 인구의 13%가 COPD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COPD 환자로 확인된 이들 중 2.4%만이 이전에 COPD를 진단 받은 적이 있으며, 2.1%만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COPD환자 중에 실제로 진단을 받아 치료 받는 이들의 비율이 2%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은 COPD 관리에 있어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치료의 질적인 부분도 문제인데, 많은 환자들이 실제 필요한 약제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COPD 치료 환자에서 진료지침이 권고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약제인 'ICS+LABA'와 'LAMA'의 사용 비율이 20%에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권고하지 않는 약제의 사용 비율이 80%에 이른다.

특히, 국내 COPD 현황에 있어 주목할 점은 중증 COPD 환자의 증가이다. 심평원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COPD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잦은 악화를 경험하고 3제 요법으로 치료받는 고도 중증 COPD 환자의 수가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COPD 환자의 증가는 COPD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부담의 가중으로 이어진다. 실제 국내 4개 병원의 COPD 환자들의 의료비를 전수 조사해 분석한 결과, 고도 중증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COPD 환자에 비해 의료비를 3배 이상, 급성 악화로 입원할 경우 10배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효과적인 COPD 관리를 위해서는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과 치료를 활성화하는 한편, 중증 COPD로의 이환을 막고 급성 악화의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서 급성 악화 발생을 줄이는 등 중증 COPD 관리를 개선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중증 COPD 진단

고전적인 개념의 중증 COPD는 GOLD 스테이지 '3'과 '4'에 해당되는 FEV1 값 50% 이하에 해당하는 경우다. 하지만 폐기능만으로는 COPD 환자의 실제 중증도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다수의 임상 데이터들에 기반해 최근 GOLD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다.

중증 COPD 관리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급성 악화 관리이다. 급성 악화는 중증 COPD 환자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은데, 잦은 악화를 경험하게 되면 사망률이 증가하고, 폐기능 감소도 가속되며, 기도 염증이 항진돼 결국 삶의 질이 나빠진다.

FEV1만을 기준으로 COPD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것은 환자에게서 악화 발생의 위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폐기능 만으로 구분된 GOLD 스테이지 별로 악화를 경험한 환자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중등증에 해당되는 GOLD 스테이지 '2'에 속하는 환자의 약 20%가 1년에 2회 이상 급성악화를, 10% 정도가 입원할 정도로 심한 악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거의 급성 악화력은 COPD 환자에게서 앞으로의 급성악화 발생 여부와 삶의 질 저하를 예측하는데 아주 중요한 지표로 부각됐다. 3년 동안의 추적 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기간 중 첫해 동안 급성 악화의 발생 빈도가 높았던 환자의 경우 이후에도 급성 악화를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급성환자를 경험하지 않는 환자들에 비해 급성악화를 자주 경험하는 환자들에게서 삶의 질을 평가하는 SGRQ 스코어가 더 빠른 속도로 떨어졌으며, 장기적인 사망률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COPD 환자의 중증도를 평가하는데 폐기능과 함께 과거 1년 동안의 악화력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았으며, 현재의 GOLD 가이드라인은 FEV1 값 50% 미만, 급성악화력 2회 이상인 'C', 'D'군에 해당되는 환자들을 고위험군으로 구분하도록 권고한다.

국내 진료 지침은 FEV1 값 60% 이하, 급성악화력 2회 이상의 '다'군에 해당되는 환자들을 중증 COPD 환자로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중증 COPD 치료

현재 GOLD 가이드라인은 'C', 'D' 군에 해당되는 환자의 치료에 LAMA, LABA, ICS/LABA복합제의 사용을 추천하며, PDE4 억제제인 로플루밀라스트를 포함한 LABA의 사용을 대안으로 권고한다. 국내 진료지침에서는 '다'군 환자에 대해 LAMA, LABA, ICS/LABA 복합제와 함께 급성악화를 자주 경험하는 경우 PDE4 억제제를 추가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진료지침에서는 GOLD 가이드라인의 'C', 'D'군을 합쳐 '다'군으로 정하고 FEV1 값도 50%가 아닌 60%를 기준으로 한다. 이는 진료 지침을 보다 쉽게 정리해 1차 의료기관에서의 진단과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고자하는 취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와 함께 GOLD 가이드라인의 'C', 'D'군에서 각각 권고하는 치료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 그리고 해당 환자들의 치료에 쓰이는 약제들이 FEV1 값 60% 이하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내 진료지침의 '다'군 환자 치료에 쓰이는 약제는 세레타이드(살메테롤/플루티카손), 심비코트(부데소니드/포르모테롤), 닥사스(로플루밀라스트)이다. 보험급여에 있어 세 약제의 FEV1 값 기준이 50% 이하로 동일했으나, 최근 세레타이드의 급여기준이 국내 진료지침의 FEV1 값 기준인 60% 이하로 변경된 바 있다.

일부지만 중증 COPD치료 약제의 급여기준 확대는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FEV1 값만으로 치료 약제의 급여기준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증 COPD 관리의 개선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일선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진료지침에 따라 악화 예방 등 중증 COPD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 : 김영숙 편집국장

▶사회자 : 환자 치료와 관련 임상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가?

▶이진국 : 증상개선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 개선이 환자에게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사망률 감소가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사회자 :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COPD 환자도 증가할 것으로 보는데 국내 현황은 어떤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 드린다.

▶박인원 : COPD는 전세계적으로 약 2억 1000만명 정도가 앓고 있고 국내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환자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제5기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에서 FEV1/FVC가 70%미만인 사람이 14.6%이고 65세 이상인 경우 30.2%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으며,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흡연 등 위험 인자를 고려했을 때 향후에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자 : 근래 들어 COPD 질환명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학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펼쳐왔나?

 

▶박인원 : 학회내부 행사로는 2007년부터 시작해 매년 COPD 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천식연구회와 COPD연구회 공동으로 현재까지 10회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해 학회원 간에 COPD에 대한 최신지견을 공유하고 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호흡기내과 의사 및 개원의 내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할 때 참고 할 수 있도록 국내 진료지침을 개정해왔다. 이번 개정이 1995년에 이어 4번째로 이뤄졌다.

대외적으로는 COPD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고 잠재환자를 발굴하며, 금연 교육 등을 위해 2003년부터 매년 가을에 폐의 날 행사를 진행해 왔다.

▶사회자 : 개정된 국내 기준은 GOLD 기준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정기석 : 이번 국내 진료지침은 가급적 간소화 하자는 것이다. 사실 ABCD 구분도 가상의 구분일 뿐이다. 실제 'C'군에 환자군의 숫자는 많지 않다. 폐기능이 나쁘면서 증상이 없을 확률은 매우 적다.

치료약제도 동일하다는 전제 때문에 불필요하게 'C'군, 'D'군으로 구분하지 않고 합친 것이다. FEV1값 60%라는 것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발표된 연구 외에도 SUPER Study라는 대규모 다기관 국내연구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C'군과 'D'군은 실질적인 치료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인종의 관점에서 볼 때, 동양인의 체격 구조를 고려한다면 키에 비해 상반신이 크기 때문에 폐기능이 서양인에 비해 좀 더 좋아야 한다. 외국 식으로 FEV1값 60%를 기준으로 하는 것과 우리나라에서 FEV1값 50%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비슷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연구를 봤을 때에도 한국과 외국을 비교하면 병의 단계가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때문에 오랜 논의를 거쳐 FEV1값을 60%로 해서 2012년도에 개정했고, 올해의 개정판도 역시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이진국 : 한국 KOCOSS 코호트에서 모집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미래의 악화를 예측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지를 봤을 때, GOLD A·B·C·D군에 FEV1 50%를 기준으로 예측했을 때와, 한국의 기준 가·나·다 군의 FEV1 60%을 기준으로 예측했을 때 두 가지다 예후를 잘 반영한다는 것이 이미 증명돼 있다.

실제로 GOLD 가이드라인을 보면, A·B·C·D군을 FEV1 50%로 표기했지만, 치료에서는 ICS/LABA 제제는 FEV1 60%이하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권고돼 있다. 오히려 GOLD 가이드라인이 모순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국내 가이드라인이 좀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사회자 : 악화에 충분한 임상적 근거가 설명돼 있는지?

▶이진국 : 급성악화가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료에 많이 나와 있다. 악화의 위험도를 강조한 이유는, 현재 가이드라인에서 환자의 장기적인 위험도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환자의 폐기능 보다는 지난 1년간의 악화력을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악화력이 그 해의 환자의 악화를 예측하는 주요 인자이고, 그 예측에 따라 진료를 했을 때 환자의 예후가 좋아진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다.

▶사회자 : 중증 COPD 환자에 있어서 치료 약제는 어떠한지?

▶이진국 : GOLD 가이드라인의 'C', 'D' 군과 국내 진료 지침의 '다' 군에 해당되는 환자 치료에 있어 LAMA·LABA·ICS/LABA복합제가 공히 추천되고 있으며, 두번째로 PDE4 억제제와 LABA가 대안으로 권고 된다.

1차 권고와 대안치료와 관련해서는 1차 권고 약제로 치료가 안되면 대안 치료를 실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래 전에 출시돼 임상 기반을 많이 확보한 약제가 1차 권고 약제로 돼 있지만 대안치료 약제들 역시 효과와 임상 기반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염호기 : 가이드라인이 표로 정리돼 있다 보니, 그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폐기능을 50%로 구분해놓다 보니 마치 절대적인 원칙처럼 여겨지는 것이 문제이다.

실제 환자 진료에서는 악화와 같은 여러 요인을 고려하는데, 실제로 보험에서는 숫자로만 보여지는 폐기능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보험적용이 안되는 문제들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약제와 비교했을 때에도 질환은 동일하나 ICS/LABA나 PDE4 억제제, LABA/LAMA 등 같은 '다'군 약제간의 형평성 면에서도 맞지 않는 것 같다. 임상가로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실제 환자 입장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환자입장에서 제한이 생긴다는 것이 안타깝다.

▲ 중증 COPD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 보험급여기준이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관계자와 심평원 심사위원이 토론하고 있다.


COPD 치료 급여기준의 한계점 및 향후 과제

▶사회자 : 급여기준 때문에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는 의미인가?

▶염호기 : 급여기준을 FEV1만 갖고 판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COPD는 기도폐쇄와 폐손상이 동시에 발생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 별 증상이나 예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도폐쇄가 심하면 FEV1값이 떨어질 수 있는데 해당 증상 없이 COPD가 진행되는 환자들도 많고, 이런 경우가 흔하다.

▶사회자 : 급여기준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이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심영수 :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심평원에서도 현재 ICS/LABA 제제의 FEV1값 기준을 60%로 고시한 것처럼 건강증진의 기여 범위에서 급여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중에 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외 허가사항의 고려가 필요하며, 현재 대부분의 경우 50%를 기준으로 돼 있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사회자 : 전반적으로 폐기능 외에 악화가 고려되는 경향인데, 이런 추세 반영이 심평원 내에서도 고려되고 있나?

▶심영수 : COPD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폐기능 검사가 필요하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악화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심평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악화만으로 약제를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다른 문제다.

▶정기석 : 현재의 GOLD 가이드라인에는 FEV1 50% 또는 악화로 되어 있다. 개정된 GOLD 가이드라인에서는 FEV1값과 악화 중 더 심각한 쪽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PDE4 억제제는 악화가 있으면서 중증 COPD인 경우로 적응증을 허가 받았고, 악화만으로는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 않다.

▶심영수 : 약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약제 허가를 위한 기준이 필요한데, 전 세계적으로 GOLD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50%로 설정된 것이다.

▶염호기 : PDE4 억제제의 경우 국내 허가사항에도 FEV1값 50%미만이 아니라 중증 COPD 치료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지홍 : FEV1값이 50%냐 60%에 대한 근거는 사실 특별한 근거 없이 기준으로 사용됐던 수치이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전통이 되어 버린 것인데, 요즘에는 급성악화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슈가 됐다.

아마도 과도기여서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50%에 대한 근거는 없다. FEV1값 70~30% 환자들이 포함돼 있고, 그런 연구에서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그런 대상이 보험적용에 포함돼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취지이다.

▶심영수 : 앞서 정기석 교수가 동양인의 폐기능 예측치를 고려했을 때 한국식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 관점에서만 보면 기준이 FEV1 50%인지, 60%인지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측정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자 : 그렇다면 심평원에서는 FEV1값이 현실적인 기준이라는 것인가?

▶심영수 : 이런 기준 변화는 학회 차원에서 노력해줄 필요가 있다.

▶정기석 : 악화가 있든, 없든 간에 환자의 증상이 심하면 ICS/LABA제제, PDE4 억제제 둘 중 하나는 항염증 치료를 위해 반드시 쓰게 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합의가 돼 있다. 아쉽게도 이런 기준이 허가 사항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PDE4 억제제의 경우에는 중증 및 악화에서 효과가 잘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제한이 묶여있다. 최소한 심평원에서 악화만 있어도 약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국내 진료지침과 GOLD 가이드라인과 맥을 같이 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자 : 중증의 환자 적용에 있어서는 힘든 문제들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떠한가?

▶박인원 : 실제 임상필드에서 보면 폐기능검사 만을 기준으로 설정한 GOLD 스테이지와 환자의 증상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GOLD 기준으로 스테이지 '3'인 환자임에도 운동도 하며 일상 생활에 별로 불편해 하지 않는다.

진단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다시 체크해도 역시 GOLD 스테이지 '3'으로 나온다. 역으로 어떤 환자는 GOLD 스테이지 '2'인데도 증상이 상대적으로 더 심하며 급성악화가 계속 반복되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환자들이 결국은 스테이지 '3', '4'로 진행 될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급성악화를 자주 경험하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기도염증반응이 심해 점차 중증도가 심한 COPD로 진행이 된다. 즉, 잘 조절되지 않는 염증반응이 COPD 중증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항염증치료제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이런 환자들에게 조기에 예방적인 차원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사회자 : 약제 선택에 제약을 두는 것이 환자 치료에서 어떤 문제가 되는가?

▶이진국 : 세레타이드(살메테롤/플루티카손)의 경우에는 국내 진료지침 기준인 FEV1값 60%로 급여기준이 변경됐으나 동일한 중증 COPD 치료제인 PDE4 억제제나, 심비코트(부데소니드/포르모테롤)는 변경되지 않았다.

이런 약제를 예로 들자면, 잦은 악화를 경험해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약제가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환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서 비급여로 처방을 해서 치료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비급여라고 해도 허가사항이 아니면 불법진료로 분류돼서 의사가 처방하는 것 자체가 법을 어기게 되는 문제가 따른다.

가이드라인에서 쓰도록 권고하고 있는 약제임에도 의사가 처방을 하면 법을 어기게 되는 왜곡된 현실이다. 환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의사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염호기 : 처방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확실히 약제가 다양하다는 것은 장점이 있다.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같은 약이라고 생각하지만 환자도 다양하고, 약제의 형태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특히 PDE4 억제제는 경구제이기 때문에 흡입치료를 하지 못하는 환자들과 특별한 환자 군에 있어서 약제의 효과가 나타난다.

PDE4 억제제는 악화가 심한 환자들에서 효과가 잘 나오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을 위해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이런 논란 자체가 최근 심평원에서 ICS/LABA 기준을 60%로 낮췄기 때문이다. 따라서 GOLD나 국내 현실에도 맞는 약을 왜 사용하기 어려운지 안타깝다.

▶정기석 : COPD는 다른 질환에 비해 약제 자체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PDE4 억제제의 경우에도 치료 예후가 좋은 환자들이 있다. 흡입스테로이드를 제외하면 COPD 치료에는 세상에 나와있는 유일한 항염증치료제고 이를 대체할만한 다른 옵션이 별로 없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다른 임상들을 봤을 때에도 향후 4∼5년간 나올만한 항염증제는 없는 상황이다.

▶심영수 : 심평원에서도 'Evidence based medicine' 부서가 있다. 근거가 있다면 심평원에서도 전향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

PDE4 억제제의 경우에는 FEV1값 70%가 포함된 스터디도 있으나, 전체 임상 중 일부 임상(8건 중 2건)에 불과하고 대부분 50%로 연구가 됐다. 2011년 advisory 그룹에서 허가를 하는 것에 대한 유보적인 결정을 내렸으나, FDA에서 숙고 끝에 적응증 문구를 바꾸면서 최종 허가를 했다.

2013년 메타분석 자료를 보면, 순환기 부작용, 자살충동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분명 약제의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안전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자 : 심 위원님 지적에 반론은 없나?

▶이진국 : 메타분석 논문을 볼 때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연구자가 어떤 기준을 적용해 스터디를 인용 했느냐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일부 연구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PDE4 억제제의 경우 초창기에는 이 약제에 효과가 있는 환자군을 찾지 못하면서 모든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 갈수록 효과가 있는 환자군을 찾아 그 효과에 대해 임상을 하면서 결과가 좋아졌다.

일부 연구를 보고 판단하면 편향된 결과가 나올 위험이 높다. 실제로 PDE4 억제제와 관련된 다른 메타분석(2013 Cochrane review)에서는 긍정적인 연구도 나오고 있고, 이런 부분은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 그리고 GOLD 가이드라인의 'C'·'D' 군을 합쳐 국내진료지침 '다'군으로 정하면서 권고되는 치료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 약제들은 FEV1 값 60% 이하에서 충분한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지홍 : 부작용을 고려해 처방하기 때문에 의사들도 처방을 남용하지는 않는다. 아주 널리 쓰이는 약제라면 부작용 때문이라도 쓰면 안되겠지만 PDE4 억제제의 부작용은 투약 후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신중히 처방된다.

하지만 실제 만성기관지염과 악화를 동반한 COPD 환자에게는 필요한 약제이므로 쓸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COPD 치료에 있어서 필요한 제도개선은?

▶사회자 : 마지막으로 제도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 한마디씩 부탁 드린다.

▶심영수 : 학회 차원의 노력이 중요하다. 같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지홍 : 결국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관점에서 모든 논의와 변화가 필요하다.

▶염호기 : 규제 개혁 차원에서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이런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은 발전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 모두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일 것이다. 학회 차원에서도 규제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박인원 : 진료지침과 급여기준의 괴리에서 오는 고통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이러한 간극에 의해 부담을 갖는 환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기석 : 최근 몇 년 간 심평원에서 굉장히 좋은 변화를 이끌어오고 있다.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호흡기 전문가가 심사위원으로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제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진국 : 좋은 취지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천식 또한 예전에는 폐기능만 갖고 중증도를 구분했으나, 2006년 GINA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 되면서 증상조절 여부를 중요시하도록 변경됐다.

그럼에도 천식약제 급여기준은 이전 가이드라인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후 현재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급여기준이 변경된 게 2013년으로,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현재 COPD 악화와 중증 기준이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최근 2∼3년 악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으니 천식의 전철을 밟지 않고 더 빨리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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