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보장성 강화' FDG-PET 급여기준 개선
관련 학회 "재발암 촬영 제한 등 보장성 되레 후퇴"
보건복지부가 양전자단층촬영(FDG-PET)의 과도한 검사를 방지하기 위해 급여기준을 개정했으나, 대한핵의학회를 비롯해 관련 학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고시 제2014-141호)는 지난 9월 30일 FDG-PET의 급여대상 암 종류가 확대되고, 적정 촬영을 위한 급여기준이 개선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FDG-PET 급여대상에 모든 고형암과 형질세포종이 포함됐으며, 이로 인해 그동안 병기 설정 시 비급여였던 비뇨기계 암(심장암·전립선암·방광암·고환암 등), 자궁내막암 등의 환자가 보험급여 혜택을 받게 된다.
또 현재는 치료단계(진단·병기설정→치료효과 판정→재발평가→추적검사) 마다 광범위하게 급여를 인정했으나, 앞으로는 치료단계 마다 다른 영상검사(초음파, CT, MRI 등)로 치료방침을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이거나, 다른 영상검사가 불충분할 것으로 예상돼 다른 검사를 대체해 실시한 경우에만 FDG-PET 급여가 인정된다.
특히, 암 치료를 완료한 후 재발이 의심되는 증상 및 증후가 없음에도 일률적으로 촬영하는 장기 추적검사는 급여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중증질환보장팀장은 "급여 전환된 직후인 2007년에 비해 2013년 촬영건수가 2.3배 증가하는 등 과도한 실시에 따른 우려가 많았고, 1회 촬영 시 방사선 피폭량과 X-ray의 200회에 해당하기 때문에 방사선 안전관리 차원에서도 적정 촬영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급여기준 개선은 외국의 급여기준, 국제 가이드라인,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마련했고, 장기 예약환자 등 진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한핵의학회를 비롯한 9개 학회(대한간암학회·대한간학회·대한대장항문학회·대한두경부종양학회·대한방사선종양학회·대한부인종양학회·대한외과학회·대한폐암학회·한국유방암학회)는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FDG-PET 급여기준 개선은 암의 보장성 강화에 역행하는 것이며, 재개정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급여기준 개선은 겅강보험 보장성 후퇴시킬 것
이들 학회는 먼저 양전자단층촬영(FDG-PET) 급여기준 개정 고시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학회는 "FDG-PET 급여기준 조정 고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겉포장과 달리 실제로는 암환자에 대한 심각한 보장성 후퇴를 그 내용에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암 환자들에 대해 새롭게 보험급여를 적용하도록 했으나, 이 보다 지금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받던 훨씬 많은 암환자들은 FDG-PET 검사의 요양급여 혜택이 축소되거나, 아예 제외됐다"며 "개정된 고시는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보장성의 분명한 후퇴"라고 강조했다.
학회들은 보장성 후퇴 이유로 미국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의료보험의 기준을 예로 들었다.
미국 연방정부는 2006년부터 시작된 10만명 이상이 참여한 실제의 임상진료 현장에서 얻은 연구결과의 근거에 따라, 65세 이상 혹은 제한된 소득 및 자산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2013년부터 암환자에게 FDG-PET을 보편적으로 급여를 시행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번 보건복지부의 급여기준 개정 고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많이 약화됐다.
▶급여기준 제한·제외로 암환자 잘못된 치료 받을수도
다음으로 암 환자의 진료에 있어 커다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학회는 "FDG-PET은 작은 암을 찾을 수 있고, 어느 부위에 암이 있는 지 알 수 있어 암의 치료 방법의 선택을 하는데 중요하므로 개정된 고시에 따른 암 환자에 대한 급여기준의 제한이나 제외는 암환자가 잘못된 치료를 받게 되는 일을 생기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암 치료 과정에서 암과 암의 전이 된 부위를 정확히 알기 위해, 또는 항암 치료의 효과를 판정하고 필요 시 다른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자 할 때에 FDG-PET의 사용이 제한된다.
또 수술 등으로 완치가 가능한 재발된 암은 조기 진단과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중요한데, 개정된 고시는 재발된 암의 진단에서 FDG-PET이 필수적인 검사라고 의사가 판단하더라도 이를 먼저 시행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진정한 보장성 강화 위해 급여기준 교시 재개정돼야
관련학회는 "암 환자에 대한 진정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진단과 치료가 적절하게 제공되게 하는 것"이라며 "암 환자의 진료는 암의 종류 및 환자에 따라 매우 복잡하므로 암 환자 진료를 하는 전문학회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대혁 대한핵의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핵의학과)는 "지난 7년간 PET 검사가 증가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암 분야에서 PET 검사의 유용성이 임증됐기 때문"이라며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나라에서 PET 검사 및 설치 장비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주장처럼 오·남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PET은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암에 대해 예민도가 높으며, 거의 유일한 전신을 한번에 보는 검사로 다른 영상검사에 비해 암 병소를 조기 발견, 진단하는 유용성이 높은 검사인데 이번 개정에서는 대부분의 일반 적응증들에서 이를 다른 영상검사 이후에 시행하거나 대체해 시행하는 것으로 제한을 해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병기결정, 치료 중 효과판정, 치료 후 완치여부 판정 적응증에서는 단서 조항이 삭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간암과 갑상선암 급여기준도 대폭 축소돼
문 회장에 따르면 이번 개정 고시안에는 간암과 갑상선암에서의 급여기준이 대폭 축소됐다.
문 회장은 "간암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 호발하는 암으로 근거가 적을 수밖에 없지만,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간세포암에 대한 18F-FDG 양전자단층촬영의 효과성 평가 보고서는 병기설정 목적과 재발평가 목적에 임상적 유효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도 PET의 유용성에 대한 연구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는데, 수술 예정인 환자로만 검사시행 대상을 제한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간암에서는 최소한 병기설정 목적과 재발평가 목적에 대해서는 치료법에 상관없이 급여기준에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문 회장은 "무증상 장기추적검사에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는 않고, 기존의 PET 시행건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재발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은 환자의 생존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재발암의 진단에서 PET은 가장 예민한 영상진단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암의 종류, 각 환자에 따라 가장 적절한 추적검사에 대해서는 관련학회의 충분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예정대로 12월부터 실시…관련학회와 갈등 불가피
관련학회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단호한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학회의 주장이 나오자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이번 급여기준 개선은 중증질환자 비급여 비용을 줄이고 보장성 강화를 위해 촬영횟수 제한을 없애고, 의학적 판단에 따라 필요한 PET 촬영을 한 경우 건강보험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발의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CT, MRI로 장기추적검사는 가능하며, 증상(징후)이 있거나 다른 영상검사에서 PET촬영이 필요한 경우에는 PET을 촬영할 수 있다"며 "심각한 보장성 후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오는 12월 1일부터 당장 개정된 급여기준 고시가 적용될 경우 진료현장에서의 혼란이 예상된다.
이미 예약을 한 환자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관련학회들이 의학적 근거에 대해 좀 더 논의해보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